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사실이 밝혀졌다. 인터넷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출판회사 시공사 대표인 전씨는 자신을 단독 등기이사로 해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자본금 5만 달러짜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전형적인 유령회사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는 전씨가 무슨 용도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장남 전씨가 법인 계좌를 큰손들의 비자금 피난처로 주목 받고 있는 싱가포르를 활용하려 했고, 계좌 개설이 늦어지자 진노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이 오간 점 등으로 볼 때 정상적인 자금운용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당시는 동생 재용씨에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73억 원이 흘러 들어간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재용씨가 구속됐을 때였다. 전 전 대통령이 장남을 놔두고 차남에게만 돈을 줬을 리 없다고 보는 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다.
전씨는 시공사 설립 전에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다. 공식적으로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32살의 유학생 신분이었던 전씨가 사업을 벌이고 재산을 축적한 배경에는 아버지의 비자금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3남1녀 자녀들의 재산은 수천억 원대로 추정되는 데 아버지의 재산은 29만원밖에 없다고 하면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거액의 비자금을 축적한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았으나 현재 1,672억 원을 내지 않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은닉 재산을 찾아내지 못하면 시효가 만료돼 더 이상 추징금을 받아낼 방법이 없다. 검찰은 최근 은닉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했다. 검찰은 국세청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페이퍼컴퍼니의 자금거래 내역과 비자금 은닉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 일가가 검은 돈을 대물리며 호의호식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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