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 구조조정을 두고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STX 주식 653만주를 매각하는 것과 관련해 금감원과 STX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공문을 보내 매각 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STX 주식을 못 팔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재 채권단과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감자나 출자전환 등이 예상되는데, 우리은행이 지분을 매각하면 지배 대주주가 사라져 구조조정이 엉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접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원래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에 통보하지 않아도 담보주식을 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 STX가 자율협약 추진 중인 특수상황인 것을 감안해 팔아도 되겠느냐고 물어본 것인데 아직 답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은행이 주식 처분 의향을 접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주식 처분하지 않으면 나중에 배임 소지도 있고 금감원 감사 등에서 문제 소지가 되기 때문에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의 공문과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답변이 서로 엇갈리는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추후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양측이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우리은행으로서는 향후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있는 STX 지분을 계속 들고 있으면 대규모 손실에 따른 배임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이 매각 여부를 금감원에 공개 문의한 것은 공문 형식으로 금감원에 매각 의사를 타진해 공식적으로 지분을 팔지 말라는 답변을 받으려는 의도였다.
반면 금감원도 주식 매도를 금지한다는 답변을 문서로 남겼다가 우리은행이 STX 지분 보유로 손실이 커질 경우 감사원 감사 등으로 문책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직접 공문 답변을 피하는 대신 언론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지분 매각 유보의 메시지를 우리은행 측에 보내려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채권단에 공문을 보낸 적은 거의 없다"며 "당국이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재계 14위 STX그룹이 무너질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정부가 STX를 살리기로 결심은 했지만, 금융당국과 은행 사이에서 추후 발생할 손실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볼썽사나운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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