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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이야기]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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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이야기] 지름길

입력
2013.06.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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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광주역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걷기에는 좀 멀다 싶어 열차를 타야 할 땐 대체로 택시를 탄다. 택시로는 5분. 말이 5분이지 역시 20분 거리다. 집에서 도로까지 나와야 하고, 빈 택시를 기다려야 하고, 또 길이 막히는 경우도 감안해야 하니까.

따져보면 걷는 편이 여러모로 낫다. 택시가 안 잡혀 발을 구르는 일도 없고 길이 막혀 미터기 만 빤히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 일찍 도착해 대합실에서 멍하니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음악이나 들으며 슬렁슬렁 걸어서 플랫폼을 통과해 바로 열차에 오르면 된다.

그런데도 왜 굳이 나는 택시 쪽을 택하는 걸까. 이유야 항상 많다. 가방이 무겁네, 신발이 운동화가 아니네, 등등 핑곗거리를 만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이 길을 목적지에 닿기 위한 물리적 거리 이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택시가 더 빠른 게 아닌데도 빠르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름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면 길은 내게 진짜 지름길을 일러준다. 진짜 지름길이란 다만 질러가는 길이 아니라, 질러감으로써 내밀하고 충만해지는 길이다. 닿아야 할 곳에 나를 데려다주되 조급하게 미리 마음만 가닿지 않도록 몸과 마음의 시야를 함께 틔워주는 길이다. 걷든 버스를 타든 진짜 지름길로 접어들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길을 발견하고도 굳이 '빠른 길'로 에둘러가는 이 아둔함을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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