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날개를 잃은 탓일까. 찢어진 'C-K포'가 약속이나 한 듯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최희섭(34ㆍKIA)을 믿었기에 김상현(33ㆍSK)을 보낸 KIA나, 오른손 거포에 목말랐던 SK나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깝다.
올 시즌 개막 초반 2009년을 능가하는 파괴력으로 타선을 이끌었던 최희섭은 홈런은 고사하고 깊은 타격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LG와 지난 주말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급기야 최희섭은 3연전 마지막 경기 때는 벤치를 지켰다. 4-5로 뒤진 연장 10회말 2사 1ㆍ2루에서 윤완주 타석 때도 선동열 감독은 최희섭을 쓰지 않았다. 투수가 왼손 봉중근임을 감안해도 최희섭의 상태가 정상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었다.
최희섭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2푼2리(27타수 6안타)에 그쳤고, 그나마 안타를 친 건 3경기 뿐이었다. 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던 5월7일부터 최희섭은 18경기에서 홈런 없이 타율 1할8푼5리(54타수 10안타)의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있다. 한 때 선두를 다퉜던 홈런은 지난달 4일 넥센전에서 2개를 친 후 30일째 8개에서 멈춰 있다. 3할을 넘던 타율도 2할8푼5리까지 떨어졌다. 잘 나가던 2009년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치렁치렁하게 기르던 머리도 싹둑 잘랐다. 최희섭의 부진으로 득점 루트가 막힌 KIA 타선의 동반 슬럼프도 꽤나 길어지고 있다.
최희섭이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5월7일은 공교롭게도 김상현의 트레이드 첫 날이었다.
김상현도 이적 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타격감은 서서히 끌어 올리고 있지만 트레이드 후 첫 경기부터 4번 타자로 기용한 이만수 SK 감독이 김상현에게 거는 기대는 출루가 아니다. 농담조였지만"안타 말고 홈런을 쳐 달라"고 한 건 진심이었다. 두산과 이적 첫 경기부터 홈런을 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18경기째 홈런 가뭄이다. 오른손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김상현의 일발 장타가 잠잠한 SK 역시 쉽사리 4강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동반 폭발하며 KIA의 10번째 우승에 앞장섰던 둘은 절친한 사이다. 1년 선배인 최희섭은 김상현의 트레이드 직후 "SK에 가서 40홈런을 치라"고 덕담을 해 줬다. 아끼는 동생이 세 번째 야구 인생의 굴곡을 잘 딛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상현의 몫까지 해야 하는 그 역시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윈윈'을 기대했던'C-K포'의 분리가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않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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