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정성과 폭력성 때문에 사이트 폐쇄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치ㆍ사회적 세력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베 회원들은 여타 정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비해 회원들 간 응집력이 약하고, 인기가 많은 회원일수록 오히려 다른 회원들과의 관계를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72시간 동안 일베 정치ㆍ베스트 게시판과, 주요 정치ㆍ사회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온라인 토론장 역할을 해 온 다음 아고라 정치ㆍ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일베: 6만2,125건, 7,537명/ 아고라: 1만6,283건, 1,810명)을 모두 수집해 이들 간의 네트워크 형태를 분석,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에 따르면 다음 아고라의 경우 인기가 많은 회원은 여러 사람들 간의 의견을 전달하며 집단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다리 역할을 활발히 하는 반면 일베에서는 인기가 많은 회원일수록 오히려 다른 회원들과 관계 맺기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정치ㆍ사회적 집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들의 의견을 서로 이어주고 소통하게 해주는 중간자 역할이 중요한데, 일베에서는 그런 역할이 결여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베의 인기 회원들은 자신의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관계를 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두 집단을 분석한 그래프를 보면 두 집단의 차이가 뚜렷하다.(사진 참조) 사진 그래프에서 원의 크기가 크고 색깔이 진할수록 활동도 많고 댓글도 많이 달린 글을 쓴 회원을 뜻하는데, 아고라의 인기 회원들은 다양하게 의견을 교환하며 멀리 있는 회원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한다. 반면 일베의 인기 회원들은 다른 회원들과 거의 소통하지 않고 서로의 글과 의견에도 댓글이나 공감을 표현하지 않는다. 일베 회원들은 서로 공유하는 이슈도 거의 없는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일베 회원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언어 때문에 기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 통성명을 하고 의기투합하여 전체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응집력은 갖추지 못했다"며 "그러나 어떤 동기나 모멘텀이 발생하면 집단 행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언론과 정치세력 등이 그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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