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주한독일대사관. 독일 정부로부터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은 정몽준(62ㆍ새누리당 의원)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게 누구보다도 큰 박수로 축하한 이는 독일의 축구영웅 프란츠 베켄바워(68)였다.
베컨바워는 평상시라면 자신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이 '트레블'(자국 정규리그와 축구협회컵, 대륙별 챔피언스리그 3개 대회 우승)을 달성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터. 이런 그가 만사 제쳐놓고 한국까지 온 이유는 대십자 공로훈장 수여자로 정 명예회장을 추천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2006 독일월드컵 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베켄바워는 당시 정 명예회장이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으로서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에 도움을 줬고, 2008년 금융위기 땐 그가 최대 주주인 현대중공업이 독일 조선업계와 상호 협력한 점을 고마워 해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십자 공로훈장은 독일 정부가 외국인한테 수여하는 가장 높은 훈장이다.
앞서 베켄바워는 이날 오전 정 명예회장과 따로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했다. "2006년 월드컵 개최지 투표에서 내가 표를 행사해 훈장을 주는 것 아니냐"며 정 명예회장이 농담을 건네자 "비밀투표라 MJ(정 명예회장 영문 이니셜)가 어디를 찍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맞받아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1974년 서독월드컵에서 선수로,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우승한 베켄바워는 바레인과 2014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앞둔 한국축구와 선수들에게 덕담을 건네며 힘을 보탰다.
그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강력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조직력과 월드컵에서의 다년간 경험까지 겸비한 색깔이 분명한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일이나 잉글랜드처럼 완벽함을 갖춰 별로 조언할 것이 없다"고 치켜 세우며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어 많은 유럽 팀이 한국 선수들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영입에 대해서도 "한국 선수들은 기술이 좋을 뿐 아니라 매우 열심히 한다"며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데려갈 수 있도록 추천해달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의 유명 선수들은 아카데미를 통해 키워냈다"며 한국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체계적인 육성을 강조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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