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급격한 우경화로 올해 한일어업협상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이 자국 해역 내 우리 어선의 조업량을 대폭 줄이는 한편 내년 3월 1일부터 우리 선박에 대한 추적감시를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마지막 어업협상이 결렬될 경우 10월 일본 황금어장에서의 갈치 조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
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한일어업협상 마지막(3차) 소위원회가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이번 협상에선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양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총 어획량, 어종 별 어획량, 조업 조건 등을 결정한다.
문제는 동해와 맞닿은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출신의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 등 우익 정치인들이 우리 선박들의 조업량을 대폭 줄이도록 일본 수산청에 거센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동해와 맞닿은 서일본 지역 출신의 우익 정치인들이 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일어업협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장관급인 일본 농림수산 대신도 이번 협상이 최대 관심사라고 공공연히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현재 상대방 EEZ 내에서의 조업량을 연 6만톤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협상에서 이를 4만5,000톤으로 줄이고, 자국 EEZ 내 황금어장들을 조업금지구역으로 묶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 선박에 대한 위치추적시스템(GPS)을 내년 3월 1일부터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방안은 당초 양국이 2008년부터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그간 우리 정부 요청에 의해 유예돼왔다.
해수부는 일본이 GPS로 우리 선박의 위치를 추적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의도가 우리 선박의 조업 축소에 있는 만큼 GPS를 통해 단속 범위를 넓히고 단속선을 집중 배치하면 일본 해역에서의 조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일본은 지금도 우리 선박들의 조업을 방해하고 사소한 규정 위반을 이유로 매년 20여 척 이상 나포해가고 있다"며 "내년에 GPS가 도입되면 상황이 훨씬 심각해질 게 분명한 만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해수부는 이번 협상이 결렬돼도 추가 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조업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이 우경화 바람을 등에 엎고 조업 금지 등의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 어민들이 가장 의존하는 일본 EEZ 내 갈치 어장에 대해 우리 선박의 접근을 금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일본 해역에 대한 우리 어업 의존도가 일본보다 2, 3배나 높기 때문에 어업협상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 서는 어려움이 있다"며 "양국 어민들의 조업을 모두 금지했을 경우 우리 측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갈치 조업철인 10월 이전까지 협상이 타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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