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두환 비자금 추징시효 만료 전까지 추적 시간 충분"
전두환 장남(전재국)도 해외 비밀계좌, 전두환 비자금 찾기 실마리 찾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웠으며, 이 회사 명의로 싱가포르 소재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 1,672억원에 대한 추징 시효가 10월 11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의 비밀 해외계좌가 밝혀졌다는 점에서 전씨 일가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데 중요한 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3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BVI에 블루아도니스 코포레이션(Blue Adonis CorporationㆍBAC) 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전씨는 이 회사의 단독 등기이사이자 주주로 등재됐으며, 주소를 해외로 등록해 신분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내부자료인 이사회 결의서에 전씨가 대표로 있는 출판사 시공사의 주소(서울 서초동)가 적혀 있어 전씨가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씨는 BAC 설립 한달 뒤인 2004년 8월 말 싱가포르 현지변호사를 통해 BAC 관련 공증서류를 발급받았으며, 이를 근거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BAC 명의 계좌를 개설했다는 게 뉴스타파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한국인 명단 중 은행 계좌의 존재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해외 비밀계좌를 개설한 시점은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과정에서 전두환 비자금 73억원이 그의 동생 재용(49)씨에게 흘러간 것으로 확인된 시기와 겹친다. 뉴스타파는 "전씨가 최소 6년 이상 BAC를 소유했고 이 회사와 연결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 계좌로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역외탈세 전문가는 "싱가포르와 조세조약을 맺고 있어 국세청이 싱가포르 조세당국에 요청하면 전씨 비밀 계좌 내역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일 이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더라도 해당 계좌가 전두환 비자금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제사법공조가 가능하며, 우리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싱가포르 FIU에 계좌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도 있다. 국세청, FIU, 검찰 등이 의지만 있다면 10여 년을 끌어온 전두환 비자금 추적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BAC 싱가포르 계좌의 거래내역만 확보한다면 전두환 비자금 추징시효인 10월 전까지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측은 이날 "뉴스타파 발표 내용의 진위 여부 및 실체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부터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전담팀'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정확한 사실관계를 우선 파악한 뒤 필요하면 시공사에 대해서도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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