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2013학년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합격생의 성적과 지원서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대는 3일 웹사이트 '아로리(친구라는 뜻의 순 우리말ㆍsnuarori.snu.ac.kr)'에 수시ㆍ정시모집 면접 및 구술고사 문제, 올해 경영대학 신입생이 된 입학사정관제 응시자 세 명의 지원서류를 공개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총 모집정원 3,124명의 79.9%(2,495명)를 입학사정관제 전형(수시모집)으로 뽑았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평가 기준은 물론, 면접 및 구술고사 문제를 공개하지 않았다.
2008년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한 서울대는 이번 입시정보 공개를 통해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는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했다. 합격자의 지원서류를 종합해 보면 ▦지원동기와 비교과 활동의 전공 적합성 ▦학업능력 향상 노력에서 보여준 자기주도적인 자세 ▦교내 대회 수상경력에서 나타난 창의적인 사고력 등을 위주로 평가했다. 반면 학교 밖 경시대회의 수상실적은 전혀 평가대상이 되지 않았다. 공인영어성적(텝스)이 없는 학생이 합격하기도 해 이 역시 중요한 평가 항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외부 경시대회 입상이나 공인영어성적 등 소위 '스펙'이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교외 상장은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열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부본부장은 "입학사정관제 시행 5년이 됐지만 여전히 화려한 스펙을 쌓아야 합격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그런 오해를 풀고 평가에 대한 모호함을 덜기 위해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는 내신과 수능 등 수치화된 성적만이 아니라 잠재력과 자질을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오히려 수험생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을 키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1만991명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폐지해야 할 대입 전형 1순위로 꼽혔다. 이런 점에서 서울대의 정보 공개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 문일고 김혜남 교사는 "고교에 찾아와 입시설명회를 여는 다른 대학과 달리 서울대는 교사,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적었다"며 "대학들이 입시 정보를 공개해 수험생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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