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3일 '협소한 인재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홍보라인 지휘봉을 맡긴 것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정확히 전달할 인사로 이 수석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수석도 이날 "박 대통령이 임명하면서 별도의 당부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한 말씀은 없었다. 이심전심이 아니겠느냐"고 대답했다.
이 수석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홍보수석감 1순위로 꼽혔을 만큼 자타가 공인하는 '박 대통령의 입'이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 경선 패배 이후 '대변인격(格)'으로 불리며 수년 간 박 대통령의 대외 창구 역할을 도맡았다. 당시 휴대폰 배터리 12개를 준비해놓고 언론을 상대한 일화는 유명하다. 2007년 패배 이후 당시 이명박 후보 측과 김문수 경기지사 측으로부터 선대위 고위직과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제의 받았지만 모두 고사하고 박 대통령 옆을 지켰다. 작년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캠프 공보단장에 전격 임명됐던 이 수석은 이번에 두 번째로 박 대통령의 홍보라인에 구원 등판한 셈이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 재직 시에도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입'으로 언론 소통 능력에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윤창중 사건'으로 표출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언론 소통과 홍보수석실 업무 장악 능력과 대비됐다. PD출신 전임 홍보수석이 보여주지 못한 정무적 판단 능력도 인사 배경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문턱이 닳도록 (기자실에) 오겠다"며 "(기존 홍보의 문제점에 대해) 외과수술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현실적 대안 부재도 발탁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당초 대선 캠프 공보단 출신이나 언론인 출신, 전직 친박계 의원 등도 후보군에 거론됐지만 대통령과의 직접 소통을 통한 국정 홍보를 제대로 해낼 새 피 수혈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이 수석의 수평이동을 두고 '돌려막기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수석의 이동으로 후임 정무수석 인선도 급하게 됐다. 이 수석은 "정무수석을 포함한 다른 인사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정무수석 겸임 가능성에 대해선 "제가 그렇게 능력이 있어 보이느냐"면서도 "새 정부의 특징이 협업인 만큼 협력해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선 18대 의원을 지낸 김선동 정무비서관의 승진 가능성과 함께 김학송 권영진 현기환 전 의원,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 등의 이름도 거론된다. 남자 대변인의 경우 당분간 임명하지 않고 '이 홍보수석-김행 대변인' 체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