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꼴찌의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얘기다. 올 초 이후 번호이동 전쟁에서 연거푸 승리를 거두면서, 이젠 1위인 SK텔레콤도 위협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업계에선 지금 흐름이 지속된다면, 일시적 꼴찌의 선전을 넘어 시장판도 자체를 흔들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LG유플러스 가입자는 5만640명(자사간 이동 및 MVNO 제외) 순증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2만4,606명, 2만5,998명 감소했지만 LG유플러스만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한 것이다.
LG유플러스의 돌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법보조금 지급으로 3사가 돌아가며 영업정지를 받은 올 초 이후 LG유플러스는 1월에만 12만명 정도가 빠져나갔을 뿐 2월 이후는 번호이동 인원에서 4개월째 순증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1월과 3월만 플러스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달은 빠져나간 가입자가 더 많았다. KT는 1,2월만 순증을 기록했고, 3월부터는 석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번호이동시장만 놓고 보면 올들어 지금까지 승자는 LG유플러스"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시장에서 만년 꼴찌였다. SK텔레콤은 말할 것도 없고, KT와 격차도 계속 벌어지기만 했다. 하지만 LTE에 '올인'하면서, 적어도 LTE만큼은 KT를 근소한 차로 따돌리고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체 가입자 면에선 여전히 최하위이지만, LTE의 상승탄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가장 격렬했던 올 초 번호이동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보조금 빙하기'로 불리는 현재까지도 우세를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선전은 실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5%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SK텔레콤이 1.91%, KT가 0.78%씩 각각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무엇보다 '잘 안 터진다'는 오랜 고정관념을 '빠르고 잘 터진다'는 쪽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경쟁사보다 2배 넓은 10㎒ 주파수대역폭을 할당 받으면서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을 강조했고 영업점망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했다. 그 결과 LTE에선 적어도 느리고 잘 안 터진다는 낡은 이미지를 벗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통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보조금전쟁 타개를 위해 '망내 무료통화'카드를 뽑자, LG유플러스는 한발 더 나아가 '망내ㆍ외 무료통화'로 맞대응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KT보다 먼저, 훨씬 더 파격적으로 이런 카드를 뽑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LG유플러스는 한달 반만에 가입자 90 만명을 끌어모으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업계는 LG유플러스가 이 탄력을 이어갈 경우 시장경쟁판도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연말까지 800만명 LTE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