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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들어서면 주거환경 악화·집값 하락" 주민 반대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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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주택 들어서면 주거환경 악화·집값 하락" 주민 반대 거세

입력
2013.06.0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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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주변엔 '행복주택 건립 반대'를 내세운 플래카드와 호소문이 곳곳에 걸려 있다. 주민들이 꾸린 '목동행복주택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3일부터 반대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이들은 인구과밀, 과밀학급, 교통난, 물난리, 임대주택 포화상태, 계층위화감 증폭 등 행복주택이 목동에 들어서면 안 되는 6가지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행복주택이 들어설 경기 안산시 고잔역 앞 잔디밭과 주차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역 건너편 상가단지는 대로에 막혀 인적조차 드물었다. 이 상가단지 임대료는 안산 중심가의 3분의 1 수준. 때문에 일부 상가 주인들은 개발을 바랐지만 정작 대다수 주민들은 "외국인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불안감 탓에 행복주택을 반기지 않았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행복주택 계획 재검토를 요구한 상태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경춘선 폐선부지(행복주택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배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 주민은 "행복주택 발표 다음날 구청장과의 간담회에서 주민들이 모두 반대했다"고 전했다. 변변한 휴식공간이 없어 문화센터나 공원이 들어서리라 철석같이 믿었고, 지역 정치인들도 한결같이 "그러겠다"고 공약한 땅에 정부가 갑자기 실체도 불분명한 행복주택을 짓겠다고 하니 반길 리가 없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주거공약인 행복주택이 주민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당초 철도부지 위로 한정한 탓에 제기됐던 소음, 진동 등 기술적 문제와 고비용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철도부지 외에 유수지(홍수대비용 수량 조절용지)로 예정지를 넓혔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자칫 소통의 기회를 놓치면 행복주택이 '갈등주택'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박2일에 걸쳐 돌아본 행복주택 시범사업 예정지 7곳(서울 목동, 송파, 잠실, 공릉, 가좌, 오류, 안산시 고잔)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실력행사에 나선 곳(목동)도 있고, 언제든 들고 일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지역(공릉)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앞서 문제제기를 하는 곳(고잔)도 있다. 나머지 지역(송파, 잠실, 가좌) 또한 "지켜보겠지만 우선 반대"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그나마 오류동은 우호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대다수 주민들은 "집값 하락 우려", "임대주택 기피"를 반대 이유로 거론했다. 이를 막연한 불안과 일종의 님비(NINBY) 현상으로 치부한다면 자칫 갈등과 반발을 증폭시킬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른 반대 이유도 많다. 목동의 김모(37)씨는 "3년 전 아이 교육 때문에 이사 왔는데, 지금도 초등학교 한 반에 37명 수준이고 학기마다 전학생이 들어온다"며 "과밀학급 문제와 교통난이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공릉동 공인중개사 유웅상(54)씨는 "주민들이 학수고대하던 공원 부지에 집을 짓는다고 하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가좌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촌, 홍대입구 등 부근 대학가가 원룸 천지인데 왜 또 짓는지 모르겠다"며 "또 다른 보금자리주택으로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와 잠실지구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을 다 잃고, 제2롯데월드까지 들어서면 교통량이 폭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산시 고잔동 이모(68)씨는 "정부가 내건 다문화특성화 단지는 정치적인 명분일 뿐, 주민들은 근처 원곡동 외국인들이 몰려올까 봐 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류동은 그간 개발에서 소외된 동네 역사 탓에 7곳 중 유일하게 행복주택에 기대를 걸었다. 오류동은 50년 전만 해도 '영등포 다음 오류'라고 할 정도로 번창했지만 철도가 동네를 단절시키고, 인근 구로동에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지역 상권마저 죽었다. 주민 대부분이 전ㆍ월세난을 겪는 서민인 점도 한몫 했다. 일용직노동자 이모(57)씨는 "임대주택이 더 많이 들어와야 한다. 내가 1순위로 들어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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