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헌법재판소가 의회 상원과 제헌의회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이집트 정국이 다시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헌재는 2일 상원에 해당하는 슈라위원회와 그 의원으로 구성된 제헌의회가 불법이라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상원의원 중 3분의 1이 개인 후보들에게 할당돼야 하는데 슈라위원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나 슈라위원회를 해산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슈라위원회가 해산하면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원 총선이 열릴 때까지 한시적으로 해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자문기구 역할을 해온 슈라위원회는 입법권이 없었지만 지난해 6월 선거법 위반으로 하원이 해산하자 임시로 입법권을 행사했다.
이번 판결로 지난해 12월 제헌의회에서 가결된 새 헌법의 합법성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야권과 반이슬람 세력은 헌법을 제정한 제헌의회가 무효인 만큼 새 헌법도 무효화라고 주장하지만 집권 세력은 헌법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됐으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새 헌법은 지난해 12월 국민투표에서 63.8%의 찬성율로 통과됐다.
이번 판결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주축으로 하는 이슬람 세력과 사법부간의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임명된 재판관들로 구성된 헌재는 이슬람 세력의 정부 구성안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이집트 대통령궁은 이날 “모든 국가 기관은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며 “입법 권한이 새 의회에 넘겨질 때까지 슈라위원회는 기존 권한을 유지할 것”이라고 헌재 판결을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원 총선은 이르면 올 가을 진행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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