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가면 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 못다한 것에 열정을 불태울 수도 있고, 젊은 세대들에겐 더 큰 세상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필자도 1990년대 말부터 메콩강위원회 사무국(MRCs)에 파견되어 메콩강 유역전체의 치수계획을 수립했다. IMF시대로 우리 사회전반이 침체된 때였다. 당시 외국에 나가면 한국을 비난하거나, 한국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얘기들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서구 외국인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고, 그들보다 더 애국자가 된 것 같았다.
당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으로 차량을 구매할 기회가 있었다. 메콩강위원회 사무총장인 일본인은 도요타를 구입하라고 했지만 한국 차를 사겠다고 주장해 1년 가까이 지나서야 구입할 수 있었다. 국산차 딜러가 없는 지역에서 차를 구매하기 위해 유엔 긴급조달부서에 의뢰해서 프랑스 파리를 거쳐 더 많은 비용을 주고 들여왔다. 그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수입한 몇 안 되는 우리나라 새 차가 그 지역에 돌아다니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해외에서 실행한 사업의 이익보다 더 큰 무형의 자산을 확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배들에게 이런 자산을 물려주고, 더 큰 시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수자원공사는 1990년대 초부터 해외에서 수력발전, 댐개발, 국가 수자원개발 마스터 플랜개발, 타당성조사, 상하수도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개도국의 홍수나 가뭄 같은 재해예방과 깨끗하고 풍부한 물 접근을 도와주고 있다.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에 전달하면서 우리의 안목과 사명감과 경쟁력,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정부의 국정과제를 보면 청장년층 해외취업확대가 있다. 이는 청년들에게 세계를 보는 눈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청년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글로벌 청년 프로젝트'는 향후 5년간 정부통합 해외봉사단 파견을 세계 2위 수준인 2만 5,000명으로 확대하고 ODA 청년인턴을 3,000명 규모로 키우고, 개발전문인력확대를 위한 '주니어 개발 컨설턴트'를 육성하는 일이다. 이는 문화예술분야 인력을 개도국 문화 불모지에 파견하는 '개도국 문화꿈나무'와 재외공관 공공외교 인턴십 등과 더불어 청년들에게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미래의 한국에 대한 자신감과 사명감을 키워줄 사업이다.
대외 원조사업이 효율적이고, 원조 수혜국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해주는'성과 내는 ODA, 평가 받는 ODA'는 한국전쟁 후에 우리의 발전 경험과 노하우를 개도국들에 물려줌으로써 그들이 우리나라에 존경심을 갖고 대한민국의 제품, 기업, 전문가 및 국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개도국에 희망을 주는 국민참여개발협력은 젊은 청년들, 특히 대기업보다 해외진출기회가 적은 중소기업들에게는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발판이 될 것이다.
한국이 수주해 추진 중인 태국의 통합물관리사업은 2011년 수도 방콕을 중심으로 대규모 홍수로 인한 물적, 인적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2011년 당시 815명이 사망하고, 피해액은 약46조원에 이른다. 사업규모도 규모지만 우리의 우수한 수자원관리 기술력을 해외에 알림과 동시에 베트남 등 메콩강 연안 국가뿐만 아니라, 모든 동남아국가에게 우리의 기술력을 수출하고, 선진 물 관리 기술을 전수하리라 믿고 있다.
해외에 나가면 한국의 위치를 실감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에게 가끔 이런 얘기를 해준다. 세계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관을 둘러보라고. 현재 자기 위치와 앞으로 꿈꾸어야 할 희망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꿈은 꾸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제는 기업도 국내에서의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나 영세업체 밀어내기 보다는 협력업체와 함께 넓은 무대에서 경영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국익을 창출해야 한다.
최병습 한국수자원공사 설계지원처장 ㆍ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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