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약 250개 중국 대학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한국어학과는 정원 미달로 최근 수 십 곳이 폐과됐다. 난징(南京)대 윤해연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한류 열기가 식고 반한 감정이 저변에 퍼지면서 최근 한국어 전공 지망자가 급감했다"며 "기존 한국어 전공자 중에서도 전과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ㆍ일본서 한류 열기 점점 식어
중국이 2006년부터 시행한 외국 드라마 수입 쿼터제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 방영 횟수도 크게 줄었다. 2013년 1분기에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에서 방영 허가를 받은 한국 드라마의 편수는 3, 4편에 불과하다. 수 년 전 만해도 한해 중국에서 수 십 편의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던 것과 대조적이다. 베이징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손성욱(34)씨는 "전에는 전 연령층이 한국 드라마를 즐겼다면 지금은 마니아 층으로 대상이 옮겨가는 중"이라며"대중매체에서 한국 대중문화 노출 빈도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원조 한류붐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본 NHK 등 주요 방송사들이 '해를 품은 달''시크릿 가든'등 한국 드라마를 방영 중이지만 시청률은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도쿄 통신원인 한도 지즈코(49)씨는 "일본에서 한류 붐은 사실상 끝났고 정체기에 접어 들었다"며 "최근 반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주부와 청소년 계층이 한류에서 이탈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드라마에서 K팝으로, 최근에는 싸이의 선전까지 겹쳐 세계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한류가 본격적인 조정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이 지난해 11월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영국, 러시아의 3,600명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한류 지속 기간이 4년 이하라고 답한 비율이 66%나 됐다. 지난해 2월 실시한 비슷한 조사 때보다 6%포인트 늘었다. '한류가 이미 끝났다'고 답한 응답자도 15.3%에 달했다.
문화수출 보다 쌍방향 문화교류에 관심 둬야
3일 서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2013년 재외문화원장ㆍ문화홍보관 회의'에서도 '한류위기론'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왔다. "J팝(일본 대중가요)이 10년 전 인기를 누리다가 지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전통문화 순수예술로 넓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 "해외에 일방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수출만 할 것이 아니다 그 나라 문화도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쌍방향 문화교류를 해나가야 한다."
세계 31개국에서 근무하는 42명의 재외 문화원장과 문화홍보관들은 7일까지 각국의 한류 상황을 짚어보고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는 한류가 여전히 확대일로에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윤재웅 싱가포르 문화홍보관은 "매년 30여 개의 K팝 콘서트가 개최되고 있고 한국 음식점이 15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한류 붐이 거세다"고 말했다. 주일한국문화원의 경우 일본 내 한국어 교사들을 중심으로 '한강 네트워크'를 결성했고 베트남문화원은 K팝 팬들을 모아 '문화원 예술봉사단'을 발족했다. 러시아문화원은 러시아어로 한류를 소개하는 잡지 발간을 후원 중이다. 북경문화원은 지난 3월 4일 문화원 3층에 독도 상설전시관을 개관했다. 독일문화원은'한국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해 50개교 2,000명의 현지 학생들에게 수료증을 발급했고 워싱턴문화원은 여름방학 동안 1박 2일로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한류 캠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문화원의 활동에 대해 일회성 이벤트가 대부분이고 국가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순수 문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한류연구소 한승범 소장은 "한류가 자국 문화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류 관련 행사를 주도하면 거부감만 키울 수 있다"며 "대중문화 영역은 민간기업에 맡기고 대신 한국 전통 및 고급문화를 확산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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