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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관광공사, 정권 바뀔 때마다 대통령 방문기념물 교체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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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관광공사, 정권 바뀔 때마다 대통령 방문기념물 교체 빈축

입력
2013.06.0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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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관광공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사 사무실이 있는 ‘육부촌’ 앞마당의 대통령 기념물을 교체해 ‘얄팍한 줄대기’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북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육부촌 앞 마당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방문 기념으로 심었으나 관리 소홀로 말라 죽게 한 ‘섬잣나무’와 동일한 수종을 새로 심었다. 15년간이나 창고에 보관해 왔던 표지석도 찾아 다시 세웠다. 표지석에는 한자로 ‘대통령각하 기념식수’가 새겨져 있었다. 나무는 공사 측이 운영하는 보문골프장에서 모양과 수세가 가장 뛰어난 것을 캐 옮겨왔다.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 나무’ 복원 자리가 김대중 전 대통령 경주방문 기념 돌거북과 기념비가 있던 곳이라는 데 있다. 공사 측은 이번 ‘부활 식수’를 위해 돌거북은 인근 물레방아 호수로 옮겼고 기념비는 묘목장에 아무렇게나 갔다 버렸다.

육부촌 앞 마당의 돌거북과 기념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식 참석차 경주를 방문했을 때 세운 것이다. 기념비에는 ‘새천년의 미소, 김대중 대통령님, 보문호 고사분수 가동점화 기념. 1998년 9월11일’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공사 측의 전 대통령 기념(조형물) 흔적 지우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방문기념 돌거북을 세운 곳도 실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식수 자리였다. 박 전 대통령이 1979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경주를 방문할 때 식수한 곳이다. 하지만 그 해 10월 박 전 대통령은 서거했고 이후 관리 부실로 1990년대 중반 말라 죽은 것을 방치하다가 김 전 대통령이 방문하자 뿌리째 뽑아 버린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물을 좋아하는 거북이는 물레방아 호수에 옮겨 놓았고, 기념비는 묘목장에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속 보이는 처사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역의 한 원로는 “대통령이 한 지역을 방문하면서 설치한 기념물은 역사와 직결하는 만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적 논리로 이를 함부로 없애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북도당 관계자도 “경북관광공사의 이 같은 행위는 정권에 줄대기 하는 이중적 잣대로밖에 볼 수 없다” 며 “당 차원에서 대응하고 경북도를 항의방문 하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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