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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의 'Law & Business']디지털 시대의 국제 중재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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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의 'Law & Business']디지털 시대의 국제 중재 방안

입력
2013.06.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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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국가 간 FTA(자유무역협정)가 활발해짐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례해 국제 분쟁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분쟁 당사국 중 어느 특정국의 사법부에 의한 해결보다는 중립적인 ‘국제 중재’에 의한 해결이 선호되고 있다. 법률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제 중재에 대해 알아보자.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소송(ISD·Investor-State Dispute) 중재신청을 제기한 사건은 국내 기업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도 국제 중재의 존재감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인터넷을 이용하는 디지털 매체가 발달하면서 오프라인에서만 이뤄지던 기존의 중재절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점차 글로벌화, 디지털화되어 가는 시대에 발맞춰 현행 중재제도 절차상에서 보완되어야 할 점은 없는지 개선점을 살펴보고, 온라인 분쟁해결(ODR·On-line Dispute Resolution) 절차를 중재절차에 접목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법부의 유연한 법리해석 필요

전통적인 분쟁해결 절차는 법관에 의해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절차를 말한다. 따라서 분쟁을 법원이 아닌 중재에 의해 해결하고자 할 경우, 서면에 의한 ‘중재합의’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당사자가 서면으로 “분쟁 발생 시 법원에 가거나 중재에 의해 해결하거나, 혹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경우에 ‘중재합의’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현행 대법원 판례는 이런 사실을 보여준다. 중재를 분쟁해결 방법으로 정한 소위 ‘선택적 중재’ 조항은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해 ‘중재’를 선택하여 그 절차에 따라 분쟁해결을 요구하고, 이에 대해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중재절차에 임했을 때 비로소 중재합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당사자의 의사를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비판을 낳을 수 있다. 즉, 중재관할이 인정되는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해 중재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얘기다.

독일, 미국, 캐나다 등의 경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소송과 중재를 동시에 규정한 선택적 중재조항을 유효한 중재 합의로서 인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법원은 당사자가 명확히 범위를 축소하지 않는 한 중재합의를 널리 인정하고 있다. 이를 일반적으로 ‘모세스 콘 추정의 법칙(Moses Cone Presumption)’이라고 한다.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되, 불확실한 경우에는 중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법부도 중재가 가지는 국제적인 승인 집행의 용이성 등 그 순기능을 인정해 분쟁해결기관의 중재 역할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취적인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택적 중재합의에 대한 사법부의 보수적 법리해석은 당사자의 의사에 좀 더 충실한 해석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나아가 글로벌 시대의 국제 분쟁에서 국제 중재가 지닌 장점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법사회적 인프라 또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중재절차 보완과 관련 규정 정비 시급

중재의 실효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몇 가지 필요한 절차가 있다. 강제적인 증거조사 절차나 복잡하고 가액이 높은 사건의 경우, 일정 조건을 설정해 항소를 제한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나아가 종합적인 분쟁해결을 위한 절차법적 정비도 필요하다. 예컨대 국내 중재 승소 시, 재판에서 승소한 것과 마찬가지로 변호사 비용을 간단한 절차에 의해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절차 전반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짐으로써, 좀더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중재와 온라인 분쟁해결 제도(ODR)의 접목

최근 법원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전자소송의 도입과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재절차는 ODR의 도입과 관련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발생한 분쟁은 반드시 온라인으로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법 소비 수요적 관점에서, 전자상거래 관련 온라인 중재절차의 도입이 시급하다. 물론 이 경우, 제도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많을 수 있다. 예컨대 전자상거래상 중재합의가 있는 경우, 이런 합의를 중재법상 서면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할 것인지, 뉴욕협약상의 온라인 중재 판정문이 다른 나라에서도 집행 가능한지 여부 등이 그것이다. 특히 국제전자상거래상 ODR의 활용에 있어서, 접근의 용이성, 공정성, 투명성, 기밀성, 국제적 통용성, 집행의 보장 등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요건들이다. 가까운 장래에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제협약을 통한 제도 정비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ODR활성화를 위한 국내 법률 정비와 중재기관에 대한 제도적, 예산적 지원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ODR의 적극적 도입과 활성화는 사법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제 ODR시장을 선도할 기반을 형성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도입 방법론상, 먼저 소액의 전자상거래에 ODR을 시험적으로 도입해 운영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ODR판정의 국제적 집행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나 별도의 새로운 민간기구가 아닌, 현행 중재담당기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신속하고 유연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한국형 ODR 도입과 국제 경쟁력 제고

IT강국을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적이고 신뢰성 높은 한국적 ODR 중재 모델을 마련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글로벌시대 맞아 우리나라를 국제 중재의 허브로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미래 정책과도 부합된다. 정부는 관련 기관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법제도 정비 등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높아져 가는 사법소비자의 ODR 관련 수요를 적극적으로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국제적이고 경쟁력 있는 모델로 발전시켜, 한국이 가까운 미래에 국제 중재와 ODR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승열 변호사는…

서울법대와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 소재 폴 와이스Paul Weiss 로펌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양헌의 대표변호사 겸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겸직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방통위, 환경부, 교과부,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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