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원세훈(62)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의 신병처리를 놓고 법무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2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부장검사)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주 대검찰청을 통해 법무부에 이같은 처리계획을 보고했다.
검찰은 국정원 서버, 국정원 직원 통화내역 및 이메일 등을 다각도로 추적한 결과 대선 직전 국정원 직원들이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수백 개의 아이디로 수천 개의 정치 관련 게시글과 찬반 댓글을 올린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전 청장이 대선 직전 서울 수서경찰서의 국정원 여직원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로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동욱 검찰총장 등 검찰 수뇌부도 수사팀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데 동의했지만 법무부가 일주일 넘게 결정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에 대한 신병 처리를 놓고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정치권의 외압을 받은 법무부가 검찰과 지휘권 파동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건설사 하도급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정황도 포착돼 검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지난달 서울 도심에 위치한 H건설사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원 전 원장에게 고가의 명품인 '에르메스' 가방과 400만원 상당의 순금 등을 건넨 내역이 적힌 내부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업체 대표가 공기업이 발주하는 공사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평소 친분이 있던 원 전 원장에게 이 물품들을 선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원 전 원장이 한국전력 산하 공기업 대표에게 하도급업체 선정기준을 변경하도록 지시해 H사가 낙찰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원 전 원장과 공기업 대표가 H사 측으로부터 대가성 있는 금품을 수수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달 31일 김중겸 전 한전 사장을 소환한 것도 4대강 공사 담합비리뿐 아니라 원 전 원장 관련 의혹도 조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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