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100일간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이다. 남북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북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개점휴업상태다. 북한의 계속된 대남공세에 정부는 급기야 '핫바지'라는 격한 표현으로 맞서며 좀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험난했다. 북한은 박 대통령 취임을 앞둔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3월 5일), 판문점 직통전화 단절(3월 8일), 서해 군 통신선 차단(3월 27일) 등 한반도 긴장수위를 높이더니 4월 들어 개성공단 폐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신뢰를 앞세웠다. 대북 인도적 지원도 강조했다. 북한의 책임 있는 행동과 태도변화를 촉구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다.
하지만 구체적인 전술이 없었다. 대북정책이 원론에 머물다 보니 북한과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달 3일 개성공단 체류 인원을 전원 철수시키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통일부는 그간 네 차례의 성명을 통해 당국간 회담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들떠보지 않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2일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리드해야 하는데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남북관계의 출구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은 남측을 비난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따라서 계기가 마련되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때는 북한이 대화를 아예 거부했지만 지금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초강대국(G2) 미국, 중국과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공조의 수준을 높였고, 중국에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특사를 보낸데 이어 이달 하순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북한이 최근 6자회담 등 대화 수용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주변국 외교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2년 연장하며 갈등을 봉합하는데 그쳤고,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한미중 전략대화도 성사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미 공조를 강조하지만 양국간 현안은 딱히 해결된 게 없다"며 "중국과도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G2 외교 성과를 유보적으로 평가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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