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은 지금 '조사 중'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3대 사정기구는 물론 관세청 노동청까지 사실상 조사권한을 가진 모든 정부기구들이 지금 기업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과거에도 정권 초가 되면 기업들에 대한 각종 조사가 개시되곤 했지만, 지금처럼 권력기관들이 일제히 기업조사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민주화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2일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정부 사정ㆍ감독기관에 의해 조사 받고 있는 기업은 대략 40~50개(개별기업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강력한 사법기관인 검찰은 현재 CJ그룹을 수사 중이다. 해외비자금 조성통로로 의심되는 차명계좌 수백여개가 발견되면서 시작된 검찰수사의 칼날은 현재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으며, 금명간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CJ그룹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요청한 상태여서, 금감원은 거래은행에 대한 조사도 시작할 예정이다. 또 CJ그룹 주가조작조사가능성도 열려 있어, CJ그룹에 대한 사정기구들의 수사와 조사는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4대강 사업'조사도 사실상 대기업들을 겨누고 있다. 검찰은 이명박정부의 핵심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의혹을 조사하면서,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 16개 건설업체와 9개 설계업체 등을 압수 수색했다. 대부분 대기업 계열 건설사 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단순히 입찰담합을 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건설사들의 비자금이나 리베이트 등 의혹으로 확대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국세청도 대기업 조사대열에 합류했다. 역외탈세추적을 올해 최우선 세정과제로 삼은 국세청은 지난주 효성그룹과 한화그룹계열 한화생명에 대한 사실상의 특별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총 23개 기업(개인포함)에 대한 역외탈세조사를 선언한 상태인데다,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통해 재산도피 및 해외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명단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세무조사대상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대기업 계열 광고계열사를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 및 부당하도급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삼성그룹 계열 제일기획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에 대한 조사는 이미 시작됐으며, 조만간 현대차그룹계열 이노션과 LG그룹 계열 HS애드로 확대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재벌그룹은 아니지만, 인터넷분야 최대기업인 NHN(포털 네이버 운영사)도 공정위로부터 불공정거래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형 우유업체들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밖에 관세청도 대형수출기업들의 불법역외거래를 조사 중이며, 이마트에 대한 노동청조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모든 사정ㆍ감독기관들이 앞다퉈 칼날을 뽑다 보니 재계는 꼼짝 엎드린 채 극도의 '몸 사리기 모드'에 들어가 있다.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도 정권교체 직후엔 몇몇 기업들이 조사를 받곤 했지만 지금처럼 모든 권력기관들이 사실상 대부분 기업들을 조사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대기업들에겐 가히 공포의 계절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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