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ㆍ평론가 등 10인의 전문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박 대통령이 외치(外治)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내치(內治)에서는 상당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내치의 부실은 '나홀로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박근혜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으며 변화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외치와 내치에서 상반된 평가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특유의 일관성 있는 소신으로 대북정책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긍정적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10명의 전문가 가운데 7명이 박 대통령이 가장 잘 한 국정 분야로 대북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를 꼽았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안보 문제에 있어서 북한의 도발 위협 등 비교적 어려운 상황에서 소신 있게 일을 잘 처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도 안정적으로 국제적 위상을 확보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도"교착상태에 있긴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나 외교 분야에서 나름 무게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인사문제를 비롯한 내치에서는 전문가 대부분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대통령이 가장 잘못한 분야로 인사문제를 지적한 전문가가 10명 가운데 무려 8명이었다. 박 대통령의 최대 위기로 전반적인 인사문제를 꼽은 전문가가 4명이었고 특히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을 위기로 꼽은 전문가도 2명이나 됐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초기 내각 인선부터 인사 문제 전체에 있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인사문제도 박 대통령 특유의 나홀로 리더십으로 인한 소통 부재가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등 인사문제로 국민 분노가 폭발했다"고 비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인사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는데 최근 국민경제자문단 구성을 보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대선 공약의 실천 의지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국정과제가 이전보다 다듬어지고 강화된 느낌은 있지만 특히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핵심 주체들이 빠져있다"며 "대통령 후보시절에 비해 다소 후퇴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리더십'도 양면적 측면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100일의 공과(功過)는 대통령 리더십의 양면적 측면과도 상관관계가 높다고 분석했다. 즉 신뢰와 원칙의 리더십이 외치의 성과로 나타났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이 내치의 '불통'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박근혜 리더십의 장점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은 안정성을 꼽았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국민들에게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 100일 동안은 국민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이전 정부에서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집권 초 국정동력을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민생 문제와 직결된 생활정책들을 차근차근 실천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대다수 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을 내치와 연결시켜 비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당초 (박 대통령이) 공약했던 책임 총리제 등 대폭적인 권한 이양보다는 만기친람식으로 챙기는 깨알 리더십을 일컸는데 그것이 공직사회를 효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이끌어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양승함 교수는 "요즘에는 여러 복잡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집단적인 팀제를 통한 의견 수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박 대통령의 경우 나홀로 지시적 리더십이 너무 발휘된 게 아니었나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통합과 소통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평가를 토대로 향후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소통의 폭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국정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정비하는 동시에 국민대통합 실현 의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교수는"박 대통령이 소통의 폭을 좀 더 넓혀야 한다"면서 "여야 관계도 좀 더 문을 열고, 여야 정치인을 만나는 게 일상적인 만남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종찬 본부장은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정분야별로 장관에게 일을 과감히 위임하고 국민과 대통령이 이를 평가하고 장관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교수도"현재의 대통령 중심의 하향식 국정관리 추진체계에서 정부 각 부처에 권한이 위임 분산되는 협력적 국정관리 시스템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사문제에서 개방성을 ??瞞?한다고 조언했다. 양승함 교수는"국민대통합 의지를 살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야당 인사 등 대통령과 다른 노선을 걸어 온 인사들도 대탕평 차원에서 기용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웅 교수는 "향후 5년간 성공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시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5년간의 시간관리에 대한 청사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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