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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가계부 = 공약과제부?

입력
2013.06.0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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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지난 주말(31일) 발표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복지공약 실행에 필요한 천문학적 재원 마련 목표치를 대부분 임기 후반으로 미뤄놓은 데다 여전히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공약가계부'라기보다는 산적한 과제들을 모아놓은 '공약과제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140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134조8,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8조원 규모의 세입 확충에 나선다. 이 가운데 올해와 내년의 목표치는 각 2조9,000억원, 7조6,000억원이다. 반면 임기 후반인 2016년과 2017년에 전체의 55%인 26조5,000억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세출 절감 부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체 목표치 84조1,000억원 가운데 올해와 내년에 14조원을 줄이고 임기 마지막 2년 간 전체의 61%인 51조2,000억원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증세 없는 세입 확충' 방안도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정부는 비과세ㆍ감면 정비(18조원)와 지하경제 양성화(27조2,000억원)를 통해 세입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선 아직껏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 내부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내부 검토만 끝낸 상황이어서 구체적인 세입 확충 방안은 밝히기 어렵고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복지재원으로 135조원을 제시했을 때도 공약 내용에 비해 과소 추계됐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공약가계부는 세입 확충 목표치를 임기 후반으로 미뤄놓은 것으로 재원 마련 방안이 취약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허점이 많은 것은 박 대통령이 관료들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세무 전문가는 "관료들 입장에선 SOC 사업 축소 등 내핍 위주로 돈을 마련하기보다는 증세를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보지만 임기 초반이어서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어려운 과제들을 임기 후반으로 미뤄놓은 뒤 증세 등의 여론이 조성되길 기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스스로도 "공약가계부가 금과옥조는 아니다(이석준 기재부 2차관)"라며 경제 여건에 따라 수정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이런 까닭에 공약가계부야말로 현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한기 경실련 국장은 "공약가계부가 참신한 시도인 건 맞지만 135조원이라는 숫자에 맞추기 위해 세입과 세출을 끼워 맞춘 후 집권 후반기에 공약 후퇴의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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