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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남성들의 소변 자세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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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석의 메디토리] 남성들의 소변 자세 딜레마

입력
2013.06.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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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집 바깥에 위치하였던 화장실이 실내로 옮겨오면서, 이제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는 장소에서 세면과 목욕, 그리고 일상의 여유를 갖는 생활공간으로 바뀌었다. 화장실 문화의 발전은 편리함과 안락함을 가져왔지만, 남자들에게는 의외의 곤혹스러움을 겪게 하고 있다. 소변기와 대변용 좌변기가 따로 설치된 공중화장실에서는 '흘리지 마라'는 경고를 받고, 좌변기만 있는 가정에서는 아예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소변을 보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다. 단지 습관이나 우월감 때문이 아니라, 변기의 등장과 현대식 의복, 특히 속옷을 입게 됨으로써 비뇨기 구조와 생리의 차이에 따라 남녀의 자세가 달라진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치마를 입었던 지역에서는 남녀 모두 서서 소변을 보았고, 공중화장실이 없었던 중세유럽에서 여성들의 치마폭이 넓은 이유도 서서 소변보기에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속설도 있다. 요즘 여성단체 등에서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주장을 하면서, 실제 유럽이나 일본의 남성들 상당수가 앉아서 소변을 본다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남자들이 서서 소변을 보면 주변으로 튀어서 위생적으로 불결하며, 또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한다.

남자의 요도는 20㎝로, 전립선부, 막양부(요도괄약근), 구부, 음경부로 나뉘어져, 오른 쪽 옆에서 봤을 때 두 번 꺾인 모양을 하고 있다. 먼저 막양부에서 부드럽게 꺾이고, 두 번째는 구부와 음경부의 경계(음경-음낭 연결부)로 급격한 각을 이룬다. 남자들이 소변을 볼 때 음경을 잡고 살짝 들어주어야 이 두 번째 꺾임이 펴져서 소변이 쉽게 나가는 것이고, 병원에서 요도카테터를 꽂을 때 음경을 위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넣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앉아서 소변을 보더라도 조금이라도 강하면 소변줄기가 아래가 아니라 앞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쪼그리고 앉으면 밑으로 내린 바지와 속옷이 젖기도 하고, 좌변기라면 안장과 변기 사이로 소변줄기가 새어나가기도 하여 튀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흘리게 된다. 또, 남성들이 소변을 보는 자세에 따른 배뇨상태를 조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자세에 따른 소변줄기, 방광압, 잔뇨량 등에 있어 차이가 없다고 하니 남성기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서서 본다 하더라도 소변을 보는 동안 제대로 방향을 잡고 정확하게 각도를 유지한다면 소변방울이 밖으로 튀는 것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튀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신경을 써서 소변을 보느냐의 문제다. 특성 상 좌변기에 앉아서 볼 경우 오히려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남자는 방광을 다 비운 후에도 요도에 남아있는 소변을 처리하여야 하는데, 좌변기의 구조상 음경을 털어서 하는 마무리 작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 엉거주춤 일어나서 마무리를 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사실은 서서 볼 때 마지막에 남은 요도의 소변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변이 밖으로 튈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서 마무리로 소변을 잘 터는 것이 요령인데, 끝나자마자 후딱 두세 번 털고 집어넣지 말고, 후부요도에 있는 오줌이 음경부 요도로 나오게 5초 정도 기다렸다가 가볍고 정확하게 털어야 밖으로 튀지도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속옷이나 바지에 소변방울이 떨어져 축축해지고 냄새를 풍기게 된다.

최근 위생 및 청결 등의 이유로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부인의 요구에 실제 그렇게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남성 비뇨기계의 특징 상 앉아서 소변을 본다 하더라도 화장실의 청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50대 이후 전립선비대증으로 요도괄약근이 원활하게 열리지 않는 경우에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괄약근의 긴장을 풀어주어 소변을 시작하기가 쉽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본인이 요령껏 마무리를 잘해야 소변 후 밖으로 튀거나 옷이 젖는 불편함을 막을 수 있다.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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