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양재천 영동5교 밑. 1.5톤 트럭에 실린 고성능동력분무기가 무성한 수풀을 향해 뿌연 살충제를 뿜어냈다. 방역 트럭 뒤를 따르는 방역 요원 2명은 분무기로 수풀 구석구석에 살충제를 뿌렸다. 예년보다 일찍 나타난 동양하루살이와 모기를 잡기 위해서다.
때 이른 무더위는 '벌레와의 전쟁'도 앞당겼다. 강남구는 예년보다 10일 빠른 지난달 초부터 한 주에 두 차례씩 방역을 하고 있다. 장순식 강남구 보건소 전염병관리팀장은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위가 5월 초부터 이어지면서 곤충이 발생할 환경이 일찍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동양하루살이는 예년(5월 중순 이후)보다 2주 이른 5월 초순부터 압구정동과 신사동에 대거 출몰했다. 지난달 17일부터 10일간 동양하루살이를 퇴치해달라며 강남구 보건소에 접수된 민원만 30건이다. 이 곤충은 2급수 이상의 물이 있는 곳에 서식하는 수질환경지표종. 물거나 병을 옮기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수백 마리가 상점 유리창 등에 달라붙어 혐오감을 준다.
여름철 대표 해충 모기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 서식하는 모기 56종 가운데 도심에서 주로 서식하는 것은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이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데 2,3주가 걸리지만 기온이 높으면 생장속도가 빨라진다. 장 팀장은 "무더위가 계속된데다 지난달 말에 내린 비로 생긴 물웅덩이가 좋은 산란 장소여서 모기가 6월 초부터 대량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역 요원들은 양재천 인근에서 채집한 '개역귀'를 물웅덩이 곳곳에 썰어 넣었다. 즙을 짜서 냇물에 풀면 물고기가 기절해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해 '어독초'라 불린다. 이상국 방역요원은 "식물의 독성을 이용하면 살충제를 뿌리지 않고도 모기 유충을 친환경적으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 3톤에 어독초 2㎏을 넣으면 6시간 후 모기 유충 전부가 박멸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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