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일 톈안먼(天安門) 사건 24주년을 앞두고 검문을 대폭 강화했다. 서구 사상의 침투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인터넷 검색 통제의 끈도 더 조였다. 미국의 인권 탄압 중지 촉구에는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중국은 2일 베이징(北京) 톈안먼 광장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강도 높은 보안 검색을 실시했다. 광장 부근에 공안을 대거 배치하고 수시로 신분증을 검사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시신이 안치된 광장 남쪽의 마오쩌둥 기념당은 도로 공사를 이유로 5일까지 휴관에 들어갔다. 톈안먼 사건의 재평가와 관련자 석방을 요구해 온 민주화 인사들은 가택 연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과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서는 톈안먼 관련 단어들이 몽땅 검색 금지어로 지정됐다. 교묘한 방법으로 인터넷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검열 감시 사이트 그레이트파이어(GreatFire.org)는 중국 인터넷에서 톈안먼 사건 관련 단어를 검색하면 여러 개의 결과가 나오지만 실제로 이를 클릭하면 연결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의 이론을 대변하는 잡지 구시(求是)는 1일 “사상의 서구화는 당과 국가를 그릇된 길로 빠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샤춘타오(夏春濤) 중국사회과학원 박사는 이 글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인 중국특색사회주의만이 유일한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은 서구의 민주주의 사상은 중국의 사정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미국 국무부가 톈안먼 사건의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1989년 베이징의 정치적 혼란과 관련,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고 있다”며 “중국 내정에 대한 무례한 간섭으로 상당한 불쾌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는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한 탄압을 멈추고 희생자와 수감자, 실종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줄 것을 재차 요구한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중국은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집결한 학생과 시민을 군대를 동원해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875명이 사망했다는 게 공식 발표지만 일각에선 실제 사망자가 3,000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선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끄는 새 지도부가 출범한 뒤 톈안먼 사건의 도화선이 됐던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에 대한 사실상 복권이 이뤄지며 톈안먼 사건도 재평가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희생자 어머니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는 최근 성명에서 “희망은 점차 사라져가고 절망이 바짝 다가오고 있다”며 시 주석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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