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 경제는 매우 어렵다. 특히 기업환경이 좋지 않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가장 치열한 경쟁상대인 일본이 공격적 엔화약세 전략을 전개함에 따라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은 크게 약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큰 우리기업들로서는 매출과 수익 모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재벌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은 뭇매를 맞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들이 '갑'의 위치에서 '을'인 하청기업들에게 여러 부당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하거나, 심지어 중소기업 영역에 직접 뛰어드는 행태까지 다양한 불법ㆍ부당행위를 저질러왔던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비자금조성과 탈세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행적까지도 연일 소개되고 있다.
그러니 이런 대기업들이 어떻게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사실 국민들에게 대기업은 무슨 비리집단처럼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통상임금 문제가 새로 불거져 나왔다. 물론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이다. 사실 임금에 대해선 근로자와 기업의 입장이 서로 배치될 수 밖에 없다. 근로자 입장에선 생계수단이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이 생산원가로 작용하기에 가능하면 이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얘기하기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임금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임금부담이 너무 크다고 생각할 경우 고용을 줄이려고 하거나, 혹은 임금부담이 적은 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시도할 것이다. 이 경우 근로자는 직장을 잃게 되는데, 이는 과거 실제로 우리가 경험한 바이다. 그래서 임금수준은 노사가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선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인 고용률을 높이고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있어 그 기본전제가 된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직장을 구하지 못한 취업 대기자들이 무수히 많다. 솔직히 지금은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 기존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근로시간을 단축해서라도 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만들어내어야 할 '잡 셰어링' 상황이지 않은가?
한편에선 경제민주화 바람마저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다. 당연히 그 동안 재벌기업과 기업인들이 취해왔던 부정적 관행과 행태는 시정해나가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며 우리 경제사회의 지속발전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과제다.
그러나 이 또한 정도가 과도하거나, 혹은 재벌 때리기를 통한 카타르시스적인 포퓰리즘에 함몰되어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초 의도한 바와 달리 민간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떨어뜨려 결국은 경제를 후퇴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우리나라의 고용률(생산가능 인구 대비 취업자 수)은 60%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70%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취업대기자로 남아있고, 또 일을 더하고 싶어도 정년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수가 부지기수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생활터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확립하는 한편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매를 들어야겠지만, 동시에 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상이 필요하다.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경우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거나, 투명하고 적법한 가업상속을 원활하게 지원하는 방안, 새로운 기업문화와 창업성공사례에 대한 국가차원의 홍보와 지원강화 방안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잘못에 대한 단죄와 함께 기업 기 살리기 프로젝트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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