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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미지의 박물관… 광주비엔날레의 확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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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미지의 박물관… 광주비엔날레의 확장판

입력
2013.06.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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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개막한 제 55회 베니스 비엔날레의 주제는 '백과사전식 궁전'이다.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인 이 행사의 올해 총감독인 이탈리아 출신 마시밀리아노 지오니(40)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자리에 모은 상상 속 박물관으로 이탈리아 건축가 마리노 아우리티가 1950년 디자인한 '백과사전식 궁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 결과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는 지식과 정보를 모은 다채로운 이미지들의 박물관처럼 되었다.

지오니가 총감독을 맡았던 2010년 광주 비엔날레가 진화한 버전이기도 하다. 당시 그는 한국 시인 고은의 연작시에서 따온 '만인보'라는 주제로 각양각색 이미지를 펼쳐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주제가 상통해서인지 광주 만인보의 작가 브루스 나우먼, 폴 매카시, 신로 오타케 등 36명이 이번 베니스 본전시에도 초대를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총감독이 구성하는 본전시와 나라별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를 두 축으로 해서, 19세기 조선소 자리인 아르세날레와 거기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자르디니 공원 안 전시장에서 열린다. 본전시에는 38개국 150여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한국 작가는 올해도 없다. 본전시에 초대받은 한국 작가는 2009년 양혜규 구정아가 끝이다. 국가관을 차린 나라는 올해 처음 참가한 앙골라, 바하마, 바티칸공국 등 10개국을 포함해 모두 88개국이다.

아르세날레 본전시는 제일 먼저 아우리티의 '백과사전식 궁전' 모형이 관람객을 맞는다. 미국 작가 로버트 크롬이 기독교 성서의 에피소드를 207장의 만화로 만든 '책의 기원', 중국 작가 칸수앙이 중국의 급격한 발전상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171개 텔레비전 모니터로 표현한 '수수 더미' 등 백과사전식으로 전시한 작품이 많다. 스타 사진작가 신디 셔먼도 아르세날레 본전시의 기획 일부를 맡아 폴 매카시의 대형 봉제완구, 찰스 레이의 거대한 금발여성 조각 등을 선보였다.

자르디니 공원 본전시는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1913년부터 16년간 집필한 원고와 손수 그린 삽화를 엮은 으로 시작한다. 설치와 영상이 많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회화가 집중적으로 전시됐다. 오스트리아 작가 마리아 라스니히가 그린 신체 일부가 생략된 기괴한 자화상 시리즈, 미국 작가 대니얼 헤시던스가 문자를 모티프로 그린 추상화 등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다수다.

이용우 광주 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는 시장에서 성공한 작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작고 작가 중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이를 발굴해서 그 작가가 보았던 정보와 지식의 전당을 펼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인문학적 정보와 지식을 미술작품으로 구성해서 소개하는 전시의 효시는 전설적인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이 1969년 스위스 베른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인 '태도가 형식이 될 때'다. 요셉 보이스가 전시장 바닥과 구석에 바른 기름 덩어리, 마이클 하이저가 깨놓은 전시장 바깥 보도 블럭 등을 소개하며 기존 전시회의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작가들의 사고와 태도를 드러내려 했던 파격적인 전시였다.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태도가 형식이 될 때 : 1969 베른에서 2013 베니스까지'가 베니스 프라다재단에서 열려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가관 전시를 통해 국가대항전처럼 치러지면서 '미술올림픽'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다. 예술을 스포츠처럼 경쟁하고 등수를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올해 몇몇 나라는 거기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프랑스와 독일은 양국 우호 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해 서로 국가관을 바꿔 전시를 열었다. 참여 작가도 프랑스관은 자국 작가가 아닌 알바니아 출신 안리 살라, 독일관은 중국의 아이웨이웨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산투 모포켕 등 외국 작가 4명을 대표로 내세웠다. 대만관의 전시 주제는 '여기는 대만관이 아닙니다'이다. 러시아관은 커미셔너로 독일인 우도 키텔만을 선임했다.

러시아관 작가인 라카로프는 '신뢰 평화 사랑' 등 단어가 찍힌 동전을 비처럼 떨어뜨리는 장관을 연출했고, 미국관 단독 작가인 사라 제는 돌, 엽서, 등 일상용품을 소재로 만든 정교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밖에 스타 작가 제러미 델러의 개인전을 마련한 영국관, 건축자재와 벽돌을 전시장 천장까지 채워 '도시가 붕괴될 때 남는 건 형식이 아니라 자료'라는 메시지를 남긴 스페인관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1일 발표된 본전시 황금사자상은 2010 광주비엔날레에서 5ㆍ18을 모티프로 퍼포먼스를 펼쳤던 영국 출신 독일 작가 티노 세갈(37)이,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올해 처음 참여한 앙골라관이 수상하는 이변을 낳았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11월 24일까지 한다.

베니스=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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