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 LG전자서비스센터 남청주점. 30㎡ 남짓한 고객 쉼터가 은은한 커피향으로 가득하다. 향을 따라가보니 음수대위에 설치된 캡슐커피 머신이 눈에 들어왔다. 커피가루가 담긴 캡슐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손쉽게 원두커피를 추출해내는 포트형 커피머신이다. 전자제품을 수리하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캡슐커피를 즐기는데, 한 잔 뽑을 때마다 옆에 있는 작은 함에 1,000원짜지 지폐를 넣었다. 커피 값이란다.
그런데 작은 함에는 '사랑의 모금함'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고객 이진숙(45)씨는 "단돈 1,000원으로 고급 원두커피를 음미하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으니 더 없이 즐겁다"고 활짝 웃었다.
이곳에 캡슐커피 머신이 설치된 것은 지난 3월. AS수리를 기다리는 시간 고객들의 무료함을 덜어줄 색다른 서비스를 궁리하던 충북지역 LG전자서비스센터 직원들은 질 좋은 원두커피를 저렴하게 제공하면서 판매수익은 좋은 일에 써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마침 '카피로드'라는 브랜드로 캡슐커피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천마하나로가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공익연계마케팅'협약을 맺고 이 같은 사랑나눔 봉사를 시작한 터.
양측은 각 서비스센터에 미니카페를 꾸리고 판매수익금은 전액 기부하기로 손을 잡았다. 남청주점을 시작으로 청주점, 충주점, 제천점 등 충북도내 4개 서비스센터에 캡슐커피 머신과 모금함이 일사천리로 설치됐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캡슐커피는 모두 13가지. 다양한 원두커피를 싼값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보니 고객들의 반응은 처음부터 뜨거웠다. LG전자충북지역서비스센터는 지난달 23일 고객들이 모금함에 기부한 14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소문은 금세 퍼져 이에 동참하는 LG전자서비스센터가 전국에서 줄을 잇고 있다. 대전점, 유성점이 최근 캡슐커피를 제공하는 미니카페를 열었고, 충남 천안점과 경북 상주점은 개점을 준비중이다.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상표 모금팀 주임은 "보통 기업체의 기부는 예산이나 직원 모금을 통해 이뤄지는데 반해 이번 LG서비스센터의 경우는 소비자와 기업체가 자연스럽게 나눔 활동에 함께했다는 데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충북지역서비스센터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나눔 실천이 사원들과 고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주변 지역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글ㆍ사진=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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