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왕' 조용필젊은 창법 힘찬 고음 '로커' 면모 과시… 두 시간 반 게스트 없이 청중 쥐락펴락5만 관객 불러모은 이문세뮤지컬 같은 무대, 추억의 히트곡 빛내… 발라드로 블록버스터급 공연 가능 증명
주말 내내 잠실벌이 들썩였다. 두 명의 '늙지 않는 아이돌 가수'를 만나기 위해 8만명이 움직였다. 이번엔 가요계에서 늘 소외돼 왔던 중장년층이 주역이 됐다. 10대, 20대들도 기꺼이 함께했다. 음악 앞에서 신구 세대가 하나가 돼 몸을 흔들고 목청껏 노래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그것만으로 한 폭의 멋진 풍경화였다.
'영원한 오빠' 조용필
31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 역은 중장년 승객들로 가득했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가수 조용필(63)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이었다. 팬클럽에서 단체로 오기도 했고, 부부끼리 친구끼리 오기도 했다. 중년의 부모들이 10대, 20대 자녀들과 함께 공연장으로 향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번째 앨범 제목이기도 한 '헬로'로 시작한 이날 콘서트에서 조용필은 '로커'로서 건재함을 알리려는 듯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라고 1만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는 "1년 반 만에 하는 공연이어서인지 리허설 할 때는 긴장이 됐는데 막상 올라오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콘서트는 19집 중심으로 펼쳐졌다. 총 10곡 중 8곡을 연주했고, '헬로'는 본공연의 피날레로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친구여' '꿈' '고추잠자리' '단발머리' '친구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등 히트곡이 쉼 없이 이어졌다. 막바지에 이를 무렵 '모나리자' '바운스' 등 업템포의 곡들이 이어지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관객들은 여느 아이돌 그룹 팬들 못지 않은 환호로 '가왕'의 열정에 화답했다.
젊은 로커 같은 의상을 입고 무대를 누빈 조용필은 2시간 반에 이르는 공연 내내 흐트러짐 없는 보컬로 건재를 과시했다. 전체적으로 바이브레이션을 줄이고 짧게 끊어서 내뱉는 창법을 유지했고, 30대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는 힘찬 고음을 터트렸다. 그는 공연 후반부에 "주위에서 나이가 많은데 콘서트를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끊임없이 목을 단련하고 연습한다. 앞으로도 두세 시간은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콘서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운스'가 터져 나오자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큰소리로 따라 부르며 춤 추는 모습이었다. 부모, 누나와 함께 공연장에 왔다는 배윤건(18)군은 "가족이 모두 음악 취향이 다른데 조용필의 음악이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조용필이 아니었다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우리 모두의 추억' 이문세
이문세(54)가 조용필의 뒤를 잇는 국민가수라는 사실에 이견이 있을까. 2011년부터 전국 40개 도시를 돌며 100회 공연을 통해 15만 관객을 모은 그는 1일 밤 자신의 가수 역사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었다. "음악 인생에서 한 번쯤 이뤄보고 싶다"던 잠실주경기장 공연에서 5만 관객들과 마주한 것이다. 이 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매진시킨 국내 가수는 이전까지 조용필이 유일했다.
이날 오후 송파구 일대는 축제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조용필의 두 번째 서울 콘서트와 일본 그룹 안전지대의 내한공연, 두산과 넥센의 프로야구가 한꺼번에 열렸는데, 그 중에서도 교통대란의 '주범'은 이문세였다. "지난해 12월 주경기장을 대관해 놓은 뒤 잠을 편히 잔 적이 거의 없다"는 그는 무대 위에 올라 5만개의 야광봉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놓인 듯했다. 이문세는 감격스런 표정으로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붉은 노을' '파랑새' '알 수 없는 인생'으로 시작된 무대는 발라드 위주의 음악으로도 블록버스터급 콘서트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3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공연에는 스태프만 600여명이 동원됐고, 무대에 오른 게스트만 해도 안성기 박찬호 윤도현 성시경 최유라 등 서른 명이 넘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안무 연출과 돌출 무대, 대형 모니터, 화려한 조명, 불꽃놀이까지 현란한 시청각적 요소가 넘쳐났다. 선선한 밤 공기는 훌륭한 조역이었다.
배우 안성기는 이문세의 음악에 대해 "우리 모두의 추억"이라고 표현했다. 20대 젊은 관객들도 50대 중년 관객들도 '사랑이 지나가면' '소녀' '휘파람' 등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추억의 히트곡을 따라 불렀다.
이문세는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감사한 일이 올까 싶다"면서 "가수라서 행복하다"고 말한 뒤 무대를 떠났다. 그가 느낀 감동은 아마도 5만 관객의 그것을 모은 것 이상이었으리라.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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