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어머니 둔 대학생 김현태씨, 다문화자녀 멘토링 프로그램 '국경 없는 동행' 세워 비슷한 처지 다문화자녀 3년째 도와
기말고사를 앞둔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4학년 김현태(25)씨는 요즘 틈날 때마다 인터넷에 '광고글'을 올린다. 2011년 말 아이디어를 내 서울 성북다문화센터와 함께 시작한 다문화가정 멘토링사업 '국경 없는 동행'(현 국경 없는 공부방)의 대학생 봉사자(멘토)를 찾기 위해서다. 김씨는 "너무 일찍 모집하면 대학생들이 신청해 놓고도 나중에 안 온다"며 "방학을 2~3주 앞둔 이 때쯤 학생들이 방학 때 뭘 할지 고민하는 시기라 대학생이나 봉사모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중적으로 홍보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다문화자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 역시 일본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자녀로 학창시절 정체성 혼란을 겪어서다. "국사 수업 때 일본 관련 얘기만 나오면 위축되고, 친구한테 어머니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말하기도 어려워서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늘 혼란스러웠어요. '너는 한국사람이니 늘 당당하라'는 어머니의 격려와 종교활동 등 덕분에 혼란에서 벗어났지만,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다문화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죠."
2011년 11월 다문화 가정을 소재로 한 영화 '완득이'를 본 뒤 막연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됐다. 다문화학생 멘토링 사업계획서와 PPT를 만들어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성북다문화센터를 찾았다. 제안을 흘려 들었던 센터측도 한달 동안 김씨가 매일 찾아와 설득하고, 대학생 봉사자를 모아와 명단까지 보여주자 "한 번 해보자"고 승낙했다.
지난해 1~2월 봉사자 30명을 시작으로 1년간 여름ㆍ겨울방학(2개월)과 학기(4개월) 중에 대학생 200명이 초3~고2 다문화학생 250명과 연을 맺었다. 하루 2시간씩 주2회 만나 함께 놀거나 공부하며 적응을 돕고 있다. 처음엔 서먹서먹해하던 아이들도 나중엔 친형이나 누나처럼 잘 따랐다. 센터의 외국인 학부모회가 모아 준 기부금은 운영에 큰 도움이 됐다. 김씨는 올해 학업을 위해 대학생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멘토링은 입소문이 퍼져 서울 강북지역의 다른 다문화센터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형, 오빠가 필요해요. 봉사를 마친 대학생들은 한결 같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다문화학생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여서 보람을 느낍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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