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흑이 별로 얻은 게 없다

백홍석이 1로 단수 쳤을 때 이세돌이 그쪽은 선선히 포기하고 2로 중앙을 삭감하는 정도로 만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프로들이란 원래 청개구리 성격의 소유자여서 절대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는 둬주지 않는다. 백홍석도 마찬가지. A로 차단하는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며 3으로 백돌 전체를 크게 포위했다. 한데 이번에는 이세돌의 마음이 변했다. 4로 둬서 아예 상변 백돌까지 모두 살려냈다.

5부터 7까지 필연적인 진행인데 다음에 1로 두면 중앙 백돌이 쉽게 안정할 수 있다. 한 가지 걱정은 2부터 8까지 우상귀가 패에 걸린다는 것이지만 이 패는 백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게 당시 이 대국을 지켜보던 관전객들의 중론이었다.

실전에서는 이세돌이 8, 10으로 귀를 먼저 살았다. 우선 실리부터 챙긴 다음 중앙은 따로 수습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변 흑이 워낙 두터워서 백의 타개가 쉽지 않아 보였는데 14 때 15가 너무 느슨했다.

지금은 당연히 B로 건너 붙여서 강공을 펼쳐야 할 때. 백홍석은 형세가 괜찮다고 보고 안전 운행을 한 것이지만 이세돌이 얼른 16으로 지키자 중앙 백돌은 더 이상 심하게 공격 당할 형태가 아니다. 결국 이번 접전에서도 흑이 별로 얻은 게 없다.

박영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