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만 살아나면 되는데…."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5월 중순 들쭉날쭉한 타선을 보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박 코치는 "민호가 4번 타자 겸 포수로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조금만 살아나면 타선에 힘이 붙을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진격의 거인'이다. 어느새 5연승을 달리며 3위(23승2무20패)까지 치고 올라왔다. 롯데가 달라졌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2패의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그 중심에 '안방마님' 강민호(28)가 있다.
강민호는 5연승 기간 동안 20타수 8안타(0.400) 6타점을 쓸어 담았다. 공격뿐만 아니라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을 안정적으로 리드했다. 강철 어깨를 자랑하며 여러 차례 도루 저지에 성공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강민호는 1일 대구 삼성전에서 2-1 불안한 리드를 지키고 있던 4회 1사 1ㆍ3루에서 정형식의 2루 도루를 완벽한 송구로 잡아냈다. 올 시즌 강민호의 도루 저지율은 3할6푼6리로 9개 구단 주전포수 가운데 1위다.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깜짝 도루(시즌 2호)까지 성공했다. 지난해 도루가 하나도 없었던 강민호에게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사실 강민호는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에 부상까지 겹치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타율은 2할을 밑돌았고, 올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말마저 흘러나왔다. 그러나 강민호는 묵묵히 훈련하며 방망이를 돌렸다. 지난달 초에는 혼자 삭발을 하고 나타나 김시진 감독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서서히 타격감을 찾아간 강민호는 어느새 타율을 2할7푼2리까지 끌어 올렸다. 박흥식 코치는 "민호가 WBC에 갔다 온 이후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져 있었다. 이제야 자기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올 시즌 '지키는 야구'를 하는 롯데에게 포수 강민호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롯데는 올 시즌 9개 구단 중 1점 차 승부에서 가장 많은 12승(5패)을 수확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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