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월 취임사에서 '근혜노믹스'가 '경제부흥'에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지만, 앞선 이명박 정부와 달리 구체적인 성장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신 경제부흥의 수단으로 '창조경제'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창조경제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정책역량을 쏟아 붓겠다는 다짐이었다. 또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발생한 양극화와 불평등을 보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다른 한 축으로 배치했다. 성장을 우선시하지만 분배를 도외시하지도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일이 지난 현재 근혜노믹스는 경제부흥과 경제민주화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투자 확대 및 벤처 중소기업 활성화 등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들을 제시했지만, 과거 정부의 정책들과 차별성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는 "100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새 정부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 없다"며 "창조경제를 말하지만 그 내용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벤처 육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좀 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창조경제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인식, 기업들의 행태, 금융시스템 등 근본적인 부분을 개선할 정책을 일관성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의 힘이 가장 강한 임기 초반인데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보여줬던 경제민주화 의지가 상당히 퇴색했다는 비판도 무성하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했음에도 아직 크게 변화하는 모습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권 초기에 경제민주화를 힘 있게 추진해야 하는데, 과연 의지가 있는 지 혼선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의 90% 이상이 정치권의 논의와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시적인 정책 대응과 경제 운영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오문석 상무는 "부동산대책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을 신속하게 발표해 국민들에게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준경 교수도 "100일 동안 크게 무리수를 두지는 않은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 때와 비교하면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기원 교수는 "검찰과 국세청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직접 나서는 등 부분적으로 개선되는 점도 눈에 띈다"며 "앞으로도 새 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실천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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