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가 일부 원전 가동 중단 등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전력위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억 원을 들여 전력 소비가 많은 빛 축제와 경관조명 설치사업을 추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에너지 절감 선도도시를 선언했던 시가 "빛 축제를 통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관람객들을 도심으로 유인해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행사 강행 방침을 밝혀 범정부적 에너지 절약 시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순천시는 8일부터 10월 27일까지 5개월간 동천 장대공원 일원에서 '순천 하늘빛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공원에 식재돼 있는 수목 160여 그루에 발광다이오드(LED)전구 100만개를 설치한 뒤 매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동안 불을 밝히는 등 화려한 빛 쇼를 펼칠 예정이다. 또 각종 동물과 동화 캐릭터, 별자리 등을 형상화한 LED조형물 20개도 제작, 설치해 빛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 행사를 위해 시설비 5억원, 행사운영비 3억5,000만원 등 총 8억5,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시 관계자는 "빛 축제는 야간에 열리기 때문에 정원박람회를 둘러본 관람객을 도심으로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박람회 특수를 기대했던 지역 상권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가 정원박람회 특수 실종으로 불만이 많은 지역 상인들을 달래기 위해 빛 축제를 강행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상인들은 "정원박람회를 찾는 관람객이 하루 평균 4만 명이 넘지만 시내 상가는 오히려 매출이 줄거나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볼멘소리와 함께 대책마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빛 축제가 시의 예상대로 '박람회 손님들'을 도심으로 끌어들이는 유인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시가 박람회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15억원을 쏟아 부어 도심 곳곳에 각종 문화공연을 마련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시 안팎에선 "15억원짜리 문화공연도 관람객 유인에 실패했는데 빛 축제라고 별수 있겠느냐. 괜히 예산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순천시가 빛 축제 말고도 5억6,000만원을 들여 죽도봉 일원과 조례호수공원 수목에 경관조명을 설치키로 하자 "전력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가 에너지 낭비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순천환경운동연합과 순천YMCA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순천시민연대는 "탈핵ㆍ에너지도시까지 선언한 시가 에너지 대란이 우려되는 여름철 야간에 에너지 과소비를 조장하는 축제를 열고 경관조명을 잇따라 설치하는 것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행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에너지 절감 대책을 즉각 세우라"고 촉구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국이 에너지수급 비상시기인데 순천시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빛 축제는 정부 등이 전력수급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이전인 지난 3월에 이미 기획됐던 것"이라며 "박람회 관람객을 증대시키고 이들을 도심으로 유인해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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