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승인된 적이 없는 유전자조작(GMO) 밀이 발견된 미국 오리건주산(産) 밀이 국내에도 이미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전성을 둘러싸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오리건주의 밀 또는 밀가루를 공급받은 국내 제분업체는 CJ와 대한제분을 비롯해 총 9곳, 국내에 수입된 오리건산 밀은 171만톤이다. 하지만 여기에 GMO 밀이 포함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승인 GMO 밀 위험성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미승인 GMO 밀을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여부다. 미 농무부와 GMO 밀을 개발한 글로벌 농업기업 몬산토는 이 밀이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식품안전성 승인을 받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제초제에 강하도록, 열매가 물러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농작물은 토마토 콩 옥수수 등으로 많이 개발돼 이미 먹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밀도 제초제에 견디도록 개발된 GMO 밀이다.
이것이 '미승인' 밀인 이유는 상품화의 마지막 단계인 농무부 심사 중에 몬산토가 사업적 판단에 따라 심사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몬산토코리아 관계자는 "'FDA로부터 관행작물(기존작물)과 동일한 형질을 갖고 있고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승인을 받았다"며 "현재 생산 중인 GMO 옥수수ㆍ콩ㆍ면화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사업적 판단에 따라 상품화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주식인 GMO 쌀을 기피하듯이 미국에서도 주식인 밀에 대해서는 GMO 거부감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오리건산(産)만 문제인가
위험성이 크지는 않다고 해도 미승인 밀의 종자가 흘러나간 것은 몬산토측과 농무부의 GMO작물 안전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몬산토는 농무부 허가 하에 1998~2005년 격리된 장소에서 GMO 밀을 시험재배하다가 상품화를 포기했는데, 이번에 오리건주 지역의 농부가 제초제를 뿌렸는데도 밀이 죽지 않자 오리건주립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8년만에 존재가 확인됐다. 더구나 몬산토가 총 16개주에서 시험재배를 해온 만큼 다른 주에서도 GMO 밀이 재배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GMO 밀의 국내 유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수입된 밀은 299만3,016톤, 밀가루는 2,682톤이다. 한국제분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분업계는 매년 미 정부로부터 GMO 밀이 상업적 목적으로 생산, 판매되지 않고 있다는 확인서를 받고 밀을 수입한다"며 GMO 밀이 실제로 수입됐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GMO 밀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셈이라 실제로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GMO 밀 발견되면 전량 반송
식약처는 1차적으로 9개 업체로부터 오리건산 밀과 밀가루 샘플을 수거해 미승인 GMO 밀이 섞여 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결과는 다음주 초반에 나올 예정이다. 또한 이번 주말부터 미국 전역에서 수입된 밀(밀가루)을 단계적으로 회수해 2차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GMO 밀이 검출될 경우 안전성 여부와 별개로 미승인된 품목이므로 전량 회수ㆍ반송ㆍ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제분협회 측은 "국민적 불안이 있는 만큼 정확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문제가 된 종자의 미국산 밀 구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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