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1일 개성공단 등 남북간 현안과 관련,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정부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주고 '왜 (북한은) 대화를 정부하고 안하느냐' 이렇게 하는 것이 개성문제를 포함해 남북간에 신뢰를 구축하면서 정상적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안뜰인 녹지원에서 출입기자들과 취임 후 처음으로 오찬을 함께 하며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진짜 입주한 우리 국민들을 생각했더라면 하루 아침에 공단에서 인원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 놓고 지금 와서 정부는 상대하지 않고 민간을 상대로 자꾸 오라는 식으로 하면 누가 그 안위를 보장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풀려면 자꾸 '민간단체를 빨리 (북한으로) 보내라', '6ㆍ15 기념행사도 하게 해줘라, 왜 막고 있나' 이런 모순된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빨리 북한은 정부를 상대로 대화를 시작해라' 이렇게 해야 일이 풀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 초 개성공단 잠정폐쇄 때 북한과 미수금 협상 등을 위해 마지막 7명이 북측에 남아있었던 당시 상황과 관련, "조마조마하며 인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주 긴박했던 순간은 참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라며 당시 불안했던 심정도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하순 한중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선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려 한다"며 "양국간 더 큰 발전과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고, 북핵 문제는 중국 역할이 크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방중시 중국어로 연설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많은 분들이 원하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달 4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10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라며 담담하게 소회를 얘기했다. 이어 "5년을 이끌 기본 틀을 만들고, 또 북한 문제도 있고 해서 신(神)이 나에게 하루를 48시간 주셨으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했을 텐데"라며 "출발이 늦다 보니 100일이라는 게 별로 실감도 안 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착용하는 액세서리 등이 화제가 된다는 언급에 "어느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소지품과 관련해 '여성대통령을 뽑으니 이런 재미도 있네'라는 글을 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또 "예전엔 필요한 걸 직접 고르고 대통령 되기 전에 산 것도 지금 들고 다닌다"며 "내가 신던 구두는 중소기업 제품인데 매번 주문하던 데가 있었다. 그 회사가 문을 닫아 다시 다른 메이커로 생산하는데 내가 그곳에 주문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보라색 재킷과 흰 바지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헤드테이블에서 기자들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직접 접시에 담아온 뷔페식 식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 말미에 "돼지를 한번에 굽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간단하다. 코에다 플러그를 꼽으면 된다"는 특유의 '썰렁 개그'도 곁들여 폭소를 자아냈다.
장재용기자 jy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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