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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할 뻔했어요" 신고에… 또 미적거린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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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당할 뻔했어요" 신고에… 또 미적거린 경찰

입력
2013.05.3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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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 악몽이 잊혀지지 않는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여대생 납치미수 사건을 경찰이 단순 폭행사건으로 여기고 초동 조치를 소홀히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수원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의 여성 성폭행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112신고 접수 후 허술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 경기경찰청에 따르면 여대생 C(20)씨는 지난 24일 0시 30분쯤 화성시 봉담읍 한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농로를 이용해 10분 가량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할 무렵 20, 30대로 보이는 괴한이 C씨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후 괴한은 C씨의 얼굴 등을 수 차례 때려 넘어뜨렸지만 C씨는 완강하게 저항하며 집으로 도망쳤다. 집에 도착한 C씨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30여분 뒤인 오전 1시 12분쯤 112로 전화를 걸어 "집 부근에서 납치당할 뻔 했다"고 신고했다.

범행 현장은 지난 2004년 실종 46일만에 살해된 채 발견된 여대생 노모(당시 21세)양 사건 장소와도 4㎞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경기경찰청 112센터는 C씨와의 5분여 통화 끝에 사건을 '납치의심'이 아닌 '기타 형사범'으로 분류하고는 화성서부경찰서에 긴급사항이 아닐 때 내리는 코드2로 지령을 전파했다. 당시 지령은 "젊은 남자가 쫓아와서 입을 막고 얼굴 때려 반항을 하니 도망갔다고 한다. 신고자가 불안해하니 빠른 출동 바란다"는 내용으로 신고자가 밝힌 '납치'라는 단어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긴급 지령이 아닌 탓인지 봉담파출소 소속 직원 2명은 파출소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C씨 집에 신고 후 16분만에 도착했고, 형사들은 아예 날이 새고 나서인 오전 8∼9시쯤 현장에 나가봤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관들도 "당시 상황은 당연히 성범죄나 납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급 지령을 내렸어야 했다"며 "그랬다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경찰청 112센터 관계자는 "긴급히 움직였다면 검거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 피해자가 집에 안전하게 도착해 있는 상태라 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범행 장소 인근 CCTV를 분석해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스키니진을 입은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화성=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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