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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루피 보석금 마련에 19년… 교도소에서 태어난 소년, 수감 엄마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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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루피 보석금 마련에 19년… 교도소에서 태어난 소년, 수감 엄마 빼냈다

입력
2013.05.3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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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생각하면 항상 눈물이 났어요."

인도의 감옥에서 태어난 소년이 어머니를 감옥에서 빼낼 보석금 5,000루피(약 10만원)를 마련하는데 19년이 걸렸다. 오갈 곳 없던 그는 어머니의 보석금을 벌기 위해 밤낮없이 의류공장에서 일을 했다.

미국 CNN방송 등은 31일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을 남긴 19세기 영국 소설가)의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야기"라며 인도 소년 칸하이야 쿠마리(19)의 사연을 전했다.

칸하이야의 어머니 비자야 쿠마리(48)는 1993년 이웃 주민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돼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임신 5개월이었던 비자야는 혐의를 계속 부인했고 1994년 항소심에서 5,000루피에 보석이 허용됐다. 그러나 그의 남편은 편지로 "다른 여자와 재혼할 것"이라고 알리고 보석금 납부를 거부했다. 비자야는 그 해 감옥에서 둘째 아들 칸하이야를 낳았다. 남편은 편지에서 "첫째 아들은 죽었다"고 했다.

칸하이야는 여섯 살까지 어머니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의 나리 니케탄 교도소에서 함께 생활하다 소년원으로 갔다. 위탁가정과 학교기숙사 등을 전전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칸하이야는 "너무 슬펐다"며 "엄마가 없으니 나는 완전히 혼자였다"고 말했다.

열여덟살이 된 지난해 칸하이야는 마침내 독립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의류공장에 취업, 쉴새 없이 봉제 작업을 한 끝에 이달 초 어머니를 빼낼 5,000루피를 마련했고 그 돈으로 어머니는 20년 만에 석방됐다. 칸하이야는 "엄마를 석방시키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비자야는 "내가 원하는 것은 아들이 정착하는 것"이라며 "칸하이야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진 전부"라고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자야는 남편을 찾아 재산 분할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형편없는 인도의 사법 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혐의는 증거가 빈약한 자백에 근거할 때가 많고 판결은 계속 미뤄지며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비자야처럼 미결수로 기약 없는 감옥생활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BBC방송은 인도의 교도소에 약 30만명이 구금돼 있는데 그들 가운데 70%는 아직 재판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비자야를 석방한 판사는 "당국의 무심함에 놀랐다"며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모든 교도소에 비자야처럼 미결 구금 상태로 방치된 사례들을 모두 조사하도록 명령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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