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이르면 10월 독일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올해 하반기 중에 한국과 독일간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대략 9월쯤이 좋겠지만 독일 총선과 시기가 겹쳐 정상회담은 그 직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독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독일은 주요20개국(G20) 가운데 미국과 중국에 이어 박 대통령의 세번째 정상회담 파트너국이 된다. 또 여성 지도자 간의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도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모두 여성 지도자인데다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이"라며 "한국과 독일의 비슷한 경험에 비춰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지도자가 국제사회에 던질 메시지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자신의 통일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북한의 행동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각론 차원의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2000년과 2006년, 2010년 잇따라 만나 우의를 다졌다. 메르켈 총리는 대선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외국 정상 가운데 가장 먼저 박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전하며 각별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승리, 재집권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가 한독 수교 130주년, 파독 광부 50주년이라는 점도 의미가 깊다. 박 대통령은 5월 27일 청와대에서 빈프리트 크레취만 독일 연방 상원의장을 만나 "메르켈 총리와 조만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고, 크레취만 의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독일을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 후 일본보다 독일을 먼저 찾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도 있다.
한일 양국간에는 7월 일본 참의원 선거와 방위백서 발표, 8월 광복절 등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이 8월 이전에 일본을 찾기는 쉽지 않다. 9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짬을 내서 한일 정상이 만날 수도 있지만 통상적인 정상회담과는 거리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박 대통령은 책임있는 역사인식을 강조하고 있어 굳이 일본 방문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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