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는 요즘 시대의 화두다. 그런데 천박한 주문처럼 곳곳에서 들리던 '부자 되세요'를 이은 이 최고의 덕담에 철학자 탁석산은 반기를 든다. 그는 묻는다.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가 수두룩한데 나만 행복하면 다인가. 행복에 집착하는 현대인은 과연 정상인가.
책에 인용된 한 대목. 리처드 스코시의 저서 에서는 행복지수를 측정하고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행동과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들이 모여 실험을 진행했는데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의외로 소박하고 간단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고 동료들과 한 잔 걸친 후 집에 가서 섹스하는 것. 물론 그 하나하나의 요소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여건과 개인의 노력이 조화롭게 뒷받침되어야 하고 현실에서는 그게 간단치만은 않다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저자는 행복을 개인적 차원으로 여기고 마음의 문제로 환원하려고 드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등 한국 사회를 분석하고 통찰하는 책을 써 온 저자답게 요즘 유행하는 힐링바람에도 일침을 가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면 만사해결인 양 말하는 힐링은 사회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사회가 건강하게 행복해질 방안은 찾지 않고 덮어놓고 나만 행복하자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언제부터 행복이라는 말이 쓰였는지, 왜 사람들이 행복에 집착하는지, 또 어떻게 행복이 현대인을 지배하는 종교가 되어버렸는지 차분히 고찰하는 가운데 행복의 신화는 누추한 맨몸을 드러낸다.
맹목적 행복 집착 현상에 대해 철학자가 작정하고 분석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적 행복에 함몰되지 말고 올바른 삶을 위한 수행으로 방향을 바꾸는 편이 행복에 가깝다며 사회적인 행복을 추구할 것을 권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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