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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수잔 스티펠만의 <힘겨루기 없는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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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고 싶은 책] 수잔 스티펠만의 <힘겨루기 없는 양육>

입력
2013.05.3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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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자녀 눈 속의 빛을꺼뜨리지 않으려면힘겨루지 말고 나란히 서라

"이러다 또 지각하겠다. 빨리 일어나야지."

"벌써 8시 반이네. 아직도 안 일어났니?"

엄마라면 누구나 아침에 아이를 깨우느라 실랑이를 벌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좋은 목소리로 얘기하지만 아이가 계속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거나 "알았다니까!" 하면서 신경질을 부리면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결국은 "당장 일어나지 않을래!" 하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 상쾌하게 시작해야 할 하루가 또다시 엄마와 아이의 힘 겨루기로 날카로운 긴장 속에 시작한다.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인 나도 종종 겪는 일이다. 역시 아이 엄마인 취재원과 만나면 육아와 관련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같은 직장맘으로서 이런저런 사정에 깊이 공감하고 서로 고민 상담도 한다. 나 자신 모범 엄마라 할 수 없지만, 친구든 취재원이든 아이와 갈등을 겪는다고 호소하는 이들에게 항상 권하는 책이 이다.

저자인 수잔 스티펠만은 발달심리학과 임상심리학을 공부하고 1991년부터 가족치료사로 활동해 온 심리치료사이다. 아이와 부모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이 책은 "이렇게 키워야 성공한다" "이렇게 키워야 똑똑해진다" 고 일러주는 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자가 원래 지었던 책의 제목은 '아이 눈 속의 빛을 꺼뜨리지 말라'였다고 한다. 그는 "나는 부모가 아이들의 타고난 광채를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 그 자체로 기쁨의 사절인 아이들을 섬겨야 한다고 믿는다"면서 "오히려 우리는 숙제며 잔심부름이며 사사건건 아이들과 실랑이를 하느라 그 광채가 희미해져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때가 많다"고 지적한다.

아이의 빛을 꺼뜨리지 않고 마음껏 발산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기를 꺾지 않기 위해 '져주는' 부모,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야 할까.

정반대다. 이 책의 요점은 "아이들에게는 삶에서 배의 선장이 되어줄 부모가 필요하다"는 말에 함축돼 있다. 부모가 아이를 억지로 통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 삶의 길잡이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아이와 뜻이 어긋날 때 재판정 앞에서 서로 옳다고 싸우는 변호사가 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평정심을 찾고 힘 겨루기를 피해야 한다. 아이와 맞서는 게 아니라 아이와 나란히 서서, 아이가 겉으로 나타내는 분노나 언행 속에 담긴 진짜 감정을 찾아내고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말로는 쉽다. 문제는 정작 아이와 힘 겨루기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 이 책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면서 이론만 늘어놓는 육아서가 아니다. 유아부터 '질풍노도' 사춘기 아이들까지 자신이 직접 상담했던 임상 사례를 다수 예로 들면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가르쳐 준다.

7세 아들이 레고 조립을 하다가 맞는 블록을 못 찾으면 난폭하게 변해 버린다. 이럴 때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지적하고 싶은 마음, 훈계하고 싶은 마음을 누른다. 아이가 화났을 때는 귀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거울이 되어 아이의 마음을 비춰준다. "우리 아들, 성 만들려고 애 참 많이 썼는데…" 그리고 아이가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안아준다. 아이를 '허무의 벽'에 데려다 주고, 눈물을 쏟으며 스스로 좌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다 보면 결국 바뀌어야 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라는 사실을 여러 번 확인하게 된다. 부모의 내면이 성장해야 아이라는 선원을 이끌 수 있는 선장이 될 수 있다. 이 선장의 항해 목표는 아이에게 '세속적인 성공'이라는 자신의 희망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발산하는 빛을 꺼뜨리지 않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회상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아들이 하루는 책 한 권과 담요를 챙겨, 독서를 즐기러 뒤뜰로 나갔다가 저자를 보고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해." 엄마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언젠가 우리 딸들이 "엄마, 나는 내 삶을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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