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없어진 친구 우형을 찾아 나선 수학교사 윤기와 그를 따라나선 호기심 많은 여중생 진주. 박물관 학예사인 우형의 수수께끼 가득한 수첩을 단서로 둘은 조선시대 문인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에서 풀려난 뒤 와서 지냈던 과천의 과지초당, 국립중앙박물관, 제주 추사관을 오가며 우형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실종과 추사가 남긴 그림 '세한도' 사이에 깊은 연관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올해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인 는 도둑맞은 유물과 함께 사라진 친구의 행적을 좇는 추리소설 형식에 역사와 수학, 미술을 녹여낸 청소년 교양서다. 보이는 것 너머의 역사적 진실을 찾아 뛰어다니는 이들의 모험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담은 서양 청소년 도서들보다 스케일이 크다. 서사가 치밀하면서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대화체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어 아이들이 상상을 더해가며 읽을 여지가 많다. 군데군데 수학과 역사적 지식을 엮어 배치한 솜씨도 대단하다.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는 아이들을 위한 책을 쓰고 있는 저자는 세한도의 간결한 아름다움과 완벽한 구도에 매료되어 이야기를 구상했는데, 세한도 영인본을 구해 길이를 재고 계산을 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차방정식을 이용해 풀어야 하는 성곽 문제, 땅과 하늘의 거리 구하기, 피타고라스보다 500년 앞서 직각삼각형의 세 변의 길이를 구한 구고현의 정리, 신비로운 수의 배열 마방진 등 흥미로운 문제들이 중요 단서가 되도록 솜씨 좋게 유도한다. 마지막 비밀 역시 수학으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면 질색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과지초당, 세한도의 발문 등 사진과 고증 자료들을 넉넉히 싣고, 챕터마다 '나윤기 샘의 못다한 이야기'라는 코너로 본문에 미처 넣지 못한 정보를 배치해 다른 책을 찾아 읽지 않아도 되게끔 한 점도 미덕이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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