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8일부터 사흘간 북한은 원산만 호도반도에서 동북쪽으로 6발의 발사체를 날렸다. 군은 이 발사체를 300mm 방사포로 최종 결론지었다. 북한이 300mm 방사포탄을 120~150km나 날려 보낸 것이다. 훈련거리가 이 정도면 최대사정거리는 180~200km쯤 될 것이라는 게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는 충격적인 상황이다. 이제 우리 군이 북한 핵뿐 아니라 재래식 전력에서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격화된 북한의 전쟁위협에도 우리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전면전이 벌어졌을 경우 우리 군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북한 병력의 50%에 불과한 우리가 이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은 현대화된 각종 장비들과 압도적인 제공권이다. 그런데 북한이 신형 300mm 방사포를 가지게 됨으로써 당장 우리의 제공권부터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됐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유한 포 중 가장 사정거리가 긴 것은 60km를 날려보낼 수 있는 240mm 방사포였다. 우리의 어떤 공군기지도 이 포의 사정권에 벗어나 있어 유사시 북한의 특작부대와 미사일만 요격하면 전투기 이착륙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아무 제재 없이 싼 값에 대량생산할 수 있는 방사포의 사정거리 내에 경기, 충남ㆍ북, 강원의 모든 공군기지들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응해야 하는 수원, 원주, 강릉 기지는 물론 전략기지라 할 수 있는 서산과 충주기지까지 북한의 포 사격 거리 내에 들어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 공군 전투기의 이착륙을 보장할 수 없으면 제공권이 위협받게 되고, 이렇게 되면 수적 열세에 있는 지상군도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서울공항이 포 사격권 내에 들어가는 상황이다. 서울공항은 외국 국빈들이 입국하는 공항이자, 우리 대통령도 해외방문 시 이용하는 공항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도 마찬가지였고, 곧 있을 한중정상회담 때도 서울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수 차례 우리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전력이 있다. 청와대를 습격하고, 미얀마 아웅산묘지에서 시한폭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리 대통령이 탄 공군 1호기가 이착륙하는 시점에 서울공항으로 북한의 방사포탄 수백 발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정부는 몇 가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전승의 핵심조건인 제공권 장악을 위해 공군기지 주변에 완벽하진 않아도 방사포 요격능력이 있는 아이언돔 같은 무기를 배치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활주로 복구시스템을 최고수준으로 현대화해 피격되더라도 신속히 복구해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공군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육군이 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병력감축을 중단시켜야 한다. 넷째, 선제적 예방타격을 위해 감시정찰 전력의 대폭확충과 함께, 북한의 방공망이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휴전선을 넘어가 방사포를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전투기가 필요하다. 다섯째, 제공권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 공군의 지원이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재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안전을 위해 VIP 이용공항을 더 남쪽으로 이전 할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두를 위해 국방예산 증액은 필수다. 현재 예산으로는 수도권을 노리는 북한의 갱도형 장사정포와 핵미사일의 위협에 대비한 전력을 갖추기에도 빠듯하다. 이제 300mm 방사포라는 추가위협요소까지 생긴 상황에서 기존 예산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든든한 안보의 바탕이 전제다. '최대의 복지는 생존'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하고, 안보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필승의 확신이 있을 때에만 북한과의 대화에서도 우리에게 무게감이 실린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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