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로 치면 잔뜩 흐림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봐야죠."
여자 핸드볼은 구기 종목 중 최고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처음 획득한 이후 올림픽에서만 금2(1988, 1992), 은3(1984, 1996, 2004), 동1(2008)개로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우생순'의 주역 임영철(53) 감독이 여자 핸드볼 대표팀 사령탑으로 5년 만에 돌아왔다. 사상 첫 전임 감독 체제로 사령탑을 맡은 임영철 감독의 목소리에는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자신감과 함께 답답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공존하고 있었다.
5년 만의 대표팀 복귀, 현실은 흐림
사실 힘든 결정이었다. 여자부 최강 팀인 인천시체육회의 감독을 맡고 있던 임 감독은 5월 초 대한핸드볼협회의 전임 감독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 여자 핸드볼을 위해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동안 분에 넘치게 받았던 사랑을 돌려드려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세계랭킹 8위에 자리하고 있는 여자 핸드볼의 현실에 대해 "날씨로 치자면 잔뜩 흐림이다. 솔직히 맑지 않다. 위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명의 선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의 전력 차가 크고 전체적인 선수층이 두텁지 못하다"면서 "솔직히 2008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기량이 퇴보했다"고 진단했다. 연신 한숨을 내쉬던 임 감독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시간이 있다.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이 한 몸 바친다는 각오로 치열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4.3세의 대표팀, 세대 교체 신호탄
임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2013 서울컵 4개국 국제여자핸드볼대회와 한일 핸드볼 슈퍼매치 등 4경기를 치렀다. 세계랭킹 2위인 러시아와 지난해 올림픽 3ㆍ4위전에서 패했던 스페인 등을 상대로 4연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임 감독은 목이 마르다.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최수민(23ㆍ서울시청), 김선화(22ㆍ인천시체육회) 등 젊고 빠른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는 점이다. 대표팀 평균 연령이 24.3세다. "최근 들어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를 하게 됐다. 그렇다고 꼭 젊은 선수들만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포지션이 있다면 나이 불문하고 찾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현재 대표팀의 전력에 대해 30% 정도 전력을 완성했다고 진단했다. "보름 정도 손발을 맞추면서 15% 정도를 채웠고 4경기를 통해 나머지 15%를 추가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임영철 감독은 신체 조건이 뛰어난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결국 빠른 스피드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뒷받침 되야 한다. 풀 타임으로 상대보다 더 많이 뛰기 위해서는 체력 훈련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 전술적으로 수비 전술의 다양화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독사, 그리고 스파르타 훈련
임영철 감독의 별명은 독사다.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던 임 감독은 혹독한 훈련과 지도 방법으로 인해 '독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임 감독은 "사실 독사란 별명보다 이대팔(가르마)이란 별명도 있다. 그렇지만 독사는 한번 물면 놓지 않을 정도로 강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고 웃었다.
실제로 임 감독은 많은 훈련을 강조한다. 스파르타 훈련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요샌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예전처럼 훈련을 강요할 순 없다. 분위기가 자발적으로 하는 데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감독으로서 따끔하게 한 마디씩 하긴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임영철 감독과 인연을 맺은 문필희(30ㆍ인천시체육회)는 "감독님은 무섭기로 소문났지만 알고 보면 무척 섬세한 분이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잘 이끌어 주신다"고 설명했다.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향해
임영철 감독에게 우생순으로 잘 알려진 2004 아테네 올림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자 잊고 싶은 기억이다. 힘겹게 프랑스를 꺾고 만난 유럽의 강호 덴마크와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페널티스로 끝에 패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임 감독은 "지도자가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개인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한 번도 목에 걸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간절하다"고 설명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임 감독에게 여자 핸드볼이란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 그 자체다. 그는 "한국 여자 핸드볼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비인기 종목인 데다 매번 눈물 날 정도로 악착 같은 경기로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올라간다. 이런 종목이 또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국 핸드볼은 분명 위기에 놓여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여자 핸드볼은 모든 시련을 이겨냈다. 그리고 임영철 감독은 또 한번 기적을 꿈꾼다.
임영철 감독은
▶생년월일 1960.6.15 ▶신체조건 176㎝, 75㎏ ▶별명 독사 ▶출신학교 연희중-고려고-원광대 ▶주요 경력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2013.5~) ▲제14회아시아 여자핸드볼 선수권대회 감독(2012.12) ▲인천광역시체육회 핸드볼팀 감독(2008~2013.4) ▲베이징 올림픽 여자핸드볼 감독(2008) ▲효명건설(벽산건설) 핸드볼팀 감독(2004~07)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감독(2004) ▲시드니 올림픽 핸드볼 국가대표팀 임원(2000) ▲종근당 감독(1992~98) ▲남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코치
(1998~92) ▲한국체대 코치(1984~89) ▶수상 경력 ▲SK핸드볼코리아컵 지도자상(2011) ▲대한핸드볼협회 핸드볼인의 밤 지도상(2009) ▲SK핸드볼큰잔치 지도상(2009) ▲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동메달(2008) ▲아테네올림픽 여자핸드볼 은메달(2004)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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