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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음악을 천직으로 못 삼고 떠돌았지만 결국 제자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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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음악을 천직으로 못 삼고 떠돌았지만 결국 제자리네요"

입력
2013.05.3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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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돈 좀 벌고 싶어서 / 나도 출세 좀 하고 싶어서 / 일자리를 찾아봤으나 / 내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양병집(62ㆍ본명 양준집)이 1974년 미국 포크 가수 우디 거스리의 '뉴욕 타운'을 번안해 만든 '서울하늘1'의 톡 쏘는 맛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피트 시거의 곡에 가사를 새로 써 같은 해 내놓은 '서울하늘2'도 마찬가지다. '무교동 하늘 위에 어둠이 덮이면 / 빨갛게 입은 불빛 하나둘 켜지고 / 가난한 젊은이들 거리고 나온다'

양병집은 김민기 한대수와 함께 1970년대 3대 저항 포크 가수로 불린다. 1974년 발표한 데뷔 앨범 '넋두리'는 발매 3개월 만에 판매 금지 처분이 내려져 전량 수거됐다. '가사가 저속하고 계급 의식을 고양하는 노래'라는 것이 이유였다. 29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양병집은 "김민기라면 모를까 나는 저항 가수가 아닌 반항 가수"라고 했다.

최근 8집 '에고 & 로고스'를 발표한 그는 '넋두리'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를 금지곡으로 묶여서가 아니라 "완성도가 떨어져서"라고 했다. "과대평가 받는 앨범입니다. 1집은 과학자가 실험 단계에서 만든 미완성품 같은 것이었어요. 전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사 때문에 평론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숙성 기간을 거쳐 내놓았어야 했어요."

1집 이후 그의 음악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2집 '아침이 올 때까지'(1980)와 3집 '넋두리(II)'(1985)는 기대만큼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사비를 들여 제작한 록 그룹 동서남북의 앨범도 실패로 끝이 났다.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들통 나 경찰에 잡혀 가기도 했고, 거금을 들여 차린 라이브 카페는 손해만 입은 채 문을 닫아야 했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의 자랑거리였으나 자라서는 문제아"가 됐다.

1986년 부모와 누나들의 제안에 따라 아내, 두 딸과 함께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화장품 공장 노동자, 교포 대상 신문사 기자, 주택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짬짬이 귀국해 4~6집을 녹음하고 신인 가수의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 성공으로 이어지진 못 했다. 1999년 그는 "내 길이 아닌 길을 더 이상 갈 수 없다는 생각"에 가족을 남기고 홀로 귀국했다. "호주에 있는 동안 한국 사회는 민주화가 이뤄졌고,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랐더군요. 돌아 오니 가요 시장도 황금기가 이미 끝났더라고요. 괜히 손해 본 느낌이었어요. 하하."

양병집은 한국과 호주를 오가며 보냈던 지난 시간에 대해 "다양한 인생을 즐길 수 있었지만 한 우물을 파지 못 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귀국 후에도 실패의 역사는 계속 이어졌다. 지인들과 동업한 음악 교육 벤처 사업은 6개월 만에 끝이 났고, 신인 가수 손지연의 앨범과 자신의 7집 '데뷔 앤 페이드 어웨이' 역시 잇따라 실패했다. "음악이 내 천직이라는 의식이 없지 않았나 싶어요. 모차르트나 김민기처럼 천재는 아니어도 내 나름대로 음악을 소화하는 능력이 있었지만, 생계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음악을 내 천직이라 생각하지 못 했어요."

8집의 원래 제목은 '우회(Detour)'였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다는 뜻이다. "좀 더 똑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돌아서 오진 않았을 텐데"라는 회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내 목소리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앨범 하나를 남기고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8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8집은 '이제는 안녕' '어제처럼 오늘도' 등의 신곡과 1, 7집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몄다. 데뷔 앨범의 '서울하늘1' '서울하늘2'를 다시 녹음한 건 "1집 수록곡으로 나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 7집에 이어 세 번째로 수록된 '에고와 로고스'는 사회와 정치에 대해 여전히 날 선 시선을 보여준다. '보수는 무엇이고 진보는 또 무엇인가 / 끝없는 진영론에 갈 곳 잃은 사람들'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진보나 보수로 규정되기를 거부한다. "저는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정치인들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진영 논리만 강조해요. 경제를 성장시켜 모든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헛소리만 합니다. 우리에겐 밥 굶더라도 올바른 소리를 하는 해주는 정신적 지도자들이 필요합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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