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때 작가 미팅이 있었고 오후에는 주례적으로 하는 기획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늘상 해왔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과업이 평소와 달리 좀 힘들게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에 대해서 상대방이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견이 당혹스러움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처음엔 아, 내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곧 작은 깨달음에 이르게 되었다. 리더의 역할이란, 어떤 지향점을 제시하는 데에 있다기보다는 왜 그 지향점을 가리켰는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게 바로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수평적 리더십일 것이다. 리더는 군림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정자나 카운슬러의 역할을 하면서 구성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업무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수평적인 소통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 그러니까 나는 그것을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날은 이런 성찰의 기회를 준 직원들이 기껍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공연히 무안해져서 직원들에게 간식과 음료수를 돌리게 된다. 먼저 다가가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표현인 동시에, 그 겸손을 가능하게 하는 자존감의 발로라는 생각까지 이르니, 아 이 나이에도 정신의 키가 몇 센티는 자란 것 같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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