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원자력발전소 제어케이블을 제작한 JS전선이 해당부품의 안전성 평가를 국내 검증기관에 의뢰하기에 앞서, 캐나다 검증기관에도 독자적으로 검증 의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의 케이블이 안전성 요구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이를 숨기고 한국수력원자력에 그대로 납품했다는 추정이 가능해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S그룹 계열사인 JS전선은 2004년 7월과 9월, 신고리원전 1ㆍ2호기와 신월성 1ㆍ2호기에 설치할 안전등급케이블과 통신용케이블 등을 납품하기로 한국수력원자력과 각각 계약을 체결했다. JS전선은 캐나다의 검증기관인 RCM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이들 제품에 대한 검사를 맡겼고,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기관에는 비공식적으로 검사 의뢰를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JS전선은 이후 2005년 7월 국내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와 검사 용역계약을 맺었다. 새한티이피는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원자력기기 검증자격 인증을 받긴 했지만, 일부 성능과 관련해선 검사장비가 없어 업무제휴 관계에 있는 캐나다 RCM 측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런데 RCM이 "샘플 12개 중 3개만 합격이고, 나머지는 불합격"이라는 취지로 평가서를 발행해 줬음에도 새한티이피 내 담당자였던 문모씨는 시험그래프와 시험결과를 위ㆍ변조했다. 새한티이피는 2008년 초쯤 '합격'으로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JS전선에 전달했고, JS전선이 '합격' 보고서와 불량 제어케이블을 각각 한국전력기술(감리기관)과 한수원(원청업체)에 그대로 보내면서 납품과정이 완료됐다.
JS전선으로선 '새한티이피의 검증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었고 제품의 불량 여부는 우리도 전혀 몰랐다'는 입장. 그러나 JS전선도 실은 RCM 측에 자체적으로 검사를 의뢰한 사실이 새로 알려짐에 따라, 시험 성적서 위조 과정에 JS전선 측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JS전선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답변은 곤란하다"면서도 RCM에서 별도 보고서를 받았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JS전선은 또, 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ㆍ2호기 외에, 신한울(옛 신울진) 1ㆍ2호기용 케이블(37개 품목) 납품 계약도 한수원과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아직 납품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수원은 밝혔다.
정부 "부품 검증체계 강화"
한편 원전 안전성 논란이 계속 이어지자 정부도 후속조치 마련 작업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재발방지를 위해 원전 부품에 대한 검증 체계를 강화키로 하고, 국내 검증기관들이 제출하는 평가 보고서의 기초가 되는 성적서 원본(외국기관 발행 서류 포함)을 직접 확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제3의 검증기관을 두어 부품공급업체와 국내 검증기관, 한전기술, 한수원 등의 유착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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