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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실수로 10년간 빚더미… 내 인생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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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실수로 10년간 빚더미… 내 인생 돌려줘"

입력
2013.05.3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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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미 변제된 채무를 갚으라고 연대보증인에게 소송을 걸어 확정판결을 받은 황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법원 판결 이후 5년이 지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보증인은 다시 소송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빚에 쪼들리다 자식들까지 신용불량자가 된 뒤였다.

경기 김포시의 한 제조ㆍ건설 중소기업 대표였던 하용국(55)씨와 캠코의 악연은 1996년 3월 하씨가 지인이 운영하던 ㈜승영종합식품의 은행대출 보증을 서며 시작됐다.

당시 동남은행에서 외화표시대출로 미화 51만 달러(4억원ㆍ당시 환율 1달러 784.20원)를 빌린 승영종합식품은 이자조차 제때 갚지 못해 원금에 연체이자가 계속 쌓여갔다. 외환위기(IMF) 이후 금융회사 정리에 나선 캠코는 1998년 9월 동남은행의 채권을 인수, 승영종합식품의 채권자가 됐다.

하씨에게 캠코의 양수금 청구소송 소장이 날아든 것은 2004년 6월. 캠코는 "승영종합식품의 담보물 경매로 변제된 2억2,9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갚으라"고 소송을 걸었다. 이에 인천지법은 "연대보증인들이 남은 원금과 이자에 연 이율 18~20%의 돈을 캠코에 변제하라"고 판결했다. 2006년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항소와 상고를 각각 기각했다. 다른 연대보증인은 도망가버려 하씨 혼자 판결대로 빚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판결 당시 환율(1달러 1,382.59원)로 계산하면 남은 원금과 이자만 5억8,000여만원에 연체금을 합쳐 변제금이 10억원에 달했다. 빚을 갚지 못하는 동안 이자가 10억원 넘게 붙어 2011년에는 변제할 돈이 20억원으로 불었다. 부동산 등 재산에 압류가 들어왔고, 은행대출 이자가 20%에 육박하며 사업체도 무너져갔다.

그러던 2011년 5월 캠코가 보낸 뜻밖의 공문이 하씨에게 도착했다. 거기에는 '1999년 7월 승영종합식품 소유 부동산 경매로 5억5,100여만원이 변제돼 원금은 정리됐고, 이자와 소송 비용을 합쳐 1억6,000여만원만 남았다'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 적혀 있었다.

소송 5년 전에 원금이 다 변제됐는데도 잘못된 계산을 바탕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것이다. 캠코는 이 공문을 통해 '이미 확정된 판결문을 바꾸기 어려워 남은 채무만 청구하니 양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사과까지 했다.

20억원이 넘던 빚이 순식간에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자 하씨는 지난해 4월 3,000만원을 우선 변제한 뒤 8년간 분할상환 약정을 체결했지만 억울함을 풀 수 없어 최근 캠코를 상대로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10년간 빚에 시달리다 자식들까지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계산 오류로 인생을 망가뜨린 책임을 따지고 싶다"고 다시 소송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캠코 측은 잘못 계산한 채권으로 법원 판결을 받았지만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캠코 관계자는 "담보물 처리 뒤 배당금을 정리한 1999년이 혼란스러웠던 시기라 채권 정리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2006년의 확정판결을 뒤집기에는 서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서 하씨의 남은 이자 채무 등만 청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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