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에 별도의 직무를 만들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만 양산해 제도 확산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협약 체결' 기자회견에서 "시간제 일자리 제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시간제 공무원직에 적합한 통ㆍ번역이나 국제 업무 등 몇 가지 직무를 중심으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시간제 일자리는 이날 발표된 노사정 일자리협약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됐고, 다음 달 4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발표되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의 핵심 내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별도 직무에만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면 '나쁜 일자리'가 양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존 전일제 직무를 시간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모든 근로자들이 육아기 등 생애주기에 맞춰 전일제와 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시간제 직무를 따로 만들면 구직자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저임금의 '고립된' 일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ㆍ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 방식은 경력단절 여성 등이 원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한계에 부딪힐 것"라며 "정부가 기존 대부분의 직무를 시간제로 바꿀 수 있도록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제 일자리가 잘 발달된 네덜란드 영국 등도 기존 전일제 직무를 시간제로 줄이는 방식을 많이 사용했고, 이 일자리의 질이 시간제용으로만 생긴 일자리보다 질이 높다.
방 장관은 또 공공부문의 대체인력에 대해서는 "육아휴직 등으로 상시적으로 비는 일자리가 10% 내외인데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체인력 뱅크 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빈 일자리를 채우는 데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시간제 정규직 공무원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항상 필요한 대체 인력인 만큼 전일제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은 방 장관의 설명에 "그게 무슨 양질의 일자리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방 장관과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이희범 경총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급히 회견장을 떠났다.
이날 발표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은 ▦기업 성장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사회서비스 일자리 대폭 확충 ▦취업 어려움 겪는 청년 중장년 여성 일자리 확충 ▦일자리 창출 위한 근로시간ㆍ임금체계 개선 등이 주요 내용이다. 청년 고용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이 청년 채용을 전년보다 증가 시키도록 노력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한도 포함 문제는 산업현장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노사정간 협의를 진행한다'는 등의 문구를 넣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이미 논의됐던 내용이 많다. 노사정은 또 '60세 정년제 시행에 따른 기업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 임금구조 단순화 등 임금체계 개편에 협력한다'고 합의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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