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논란이 급작스럽게 뜨거워졌다. 일자리 창출 로드맵, 노사정 대타협, 노동시장 개혁법안 등 엄청나게 급박하게 돌아가던 사안들도 통상임금 이슈 앞에선 대개의 관심들이 실종될 정도로 가히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노사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매우 소모적인 소송과 좋았던 노사들도 돈 앞에서 싸워야 하는 부정의 전망이 나온다. 해법은 문제의 원인과 그 책임들에 대해 인정하되 미래를 위해 긍정적 대화로 풀어보는 것이다.
최근 거듭된 논란을 거치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몇 가지 인식상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우선 통상임금의 법제도적 불안정성은 1, 2년 된 문제가 아니라 몇 십년 된 문제라는 점과 그리고 결국 임금체계의 왜곡에 기인한 문제라는데 대부분들 동의한다. 그리고 그 동안 이런 난점들에 대해 행정적으로나 입법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었는데 실기해 왔다는 점, 아울러 법원도 파급력이 이렇게 큰 사안에 대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사법서비스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상당한 공감대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간 노사교섭에서 통상임금을 가지고 상대방을 기만할 의사가 노사에게 없었고 오히려 이런 우발적인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 사업장 노사들은 교섭에 의해 문제를 풀어 왔다.
통상임금 문제를 전면적인 갈등 국면에서 다루다 보면 그 추가비용이 약 15조원에서 22조원정도 들 것이고 이중 절반가까이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발생할 것이란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조사 자료도 있다. 여기에 소송비용도 엄청나게 추가될 것이다. 자칫 통상임금 싸움이 최저임금으로 불똥이 튀어 약자들만 더 골병들 수도 있다. 법으로 업을 짓는 사람들은 호황을 맞겠지만 그 외에 이런 상황을 즐길만한 처지에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제 법적 논란을 키우기보다는 노사정간 해법을 모색해 보자. 중장기적으로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겠다는 노사정 대화를 시작하자. 각종 명목의 수당을 합쳐서 기본급으로 흡수하여 기본급 비중을 늘리고 대신 할증임금 요율을 낮추어 장시간 근로를 축소하고 추가로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내자.
기본급 비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본급을 억누르던 원인인 연공형 임금체계를 수정해야 한다. 직무급(일부 능력을 가미한)을 원칙으로 하는 일에 따라 기본적 보상이 정해지도록 하고 상여금은 성과와 경기에 따라 변동적으로 지급하는 선진국 문화로 바꾸자. 직무급은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을 막고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는 근본적 처방이기도 하다. 향후 3년 동안 이렇게 임금제도를 바꾸는데 노사가 합의하고 그 과정에서 제도변화로 직접적인 불이익을 보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지난 3년간 통상임금 관련 우발채무로 추정되는 금액을 노사합의로 보전내지 전환비용으로 사용하는데 타협하자.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현재 별 시비거리가 없더라도 미래 예견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 사업장들은 예방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은 정부가 특별히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근본적인 해법의 모색 외에 우선 급한 불부터 끌 필요도 있다. 아무리 노사정이 임금체계개편을 통한 상황의 대반전에 합의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통상임금 소송을 선호하는 개별적 근로자들이나 일부 사업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니 동요되거나 설득되어 무조건 소송전에 뛰어들 선의의 피해자들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웬만한 노조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성화에 소송에 경도될 것이다.
따라서 우선 당장 불거졌던 문제, 즉 통상임금 제도의 불확실성을 우선 줄이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정부가 혼자 이를 고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향후 사법부의 추가적인 현명한 판단을 촉진하고 입법부의 추후 근본적 법개정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단계에서부터 노사정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 아울러 시행령 개정은 임금제도 개편의 추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지향해야 한다. 통상임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이단논법을 제시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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